日 반성 전제 ‘미래 동반자’ 관계로 변화 강조… 朴 대통령 3·1절 기념사

입력 2015-03-02 02:21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중동 4개국 순방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기 직전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 등으로부터 인사를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동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1절을 맞아 일본에 대해 진솔한 역사적 진실 인정과 반성을 전제로 한·일 양국의 미래동반자 관계로의 질적 변화를 촉구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만큼은 양국 관계에 전환점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에는 광복 및 분단 70주년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문화적 민간 교류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남북 간 소통의 통로 마련을 제의했다. 올해가 남북은 물론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중대한 분수령인 만큼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대외 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이끌기 위한 제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에 미래 50년 동반자 관계 촉구=박 대통령은 1일 우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의 정립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역사 왜곡 교과서의 수정 등이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출범 이래 21세기 한·일 신협력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그러나 지리적 이웃국가임에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안타깝게도 마음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는 한 역사학자의 지적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반대하는 집단성명을 주도했던 미국 코네티컷대 알렉시스 더든 교수의 최근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교과서 왜곡 시도가 계속되는 것도 이웃관계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올해 5월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 8월 15일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를 앞두고 침략의 과거사라는 역사적 진실을 덮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북한엔 비교적 온화한 메시지=박 대통령은 대북 비판보다는 교류와 협력에 방점을 뒀다. 박 대통령은 민족문화 보전사업 확대, 역사 공동연구 등 민간 교류사업을 언급하며 “정부는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순수 민간교류를 적극 장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상봉, 남북 철도운행 재개, 스포츠·문화·예술 등 민간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아울러 “더 이상 남북대화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반면 북핵 문제에 대해선 “평화와 체제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개방과 변화의 길로 나오기를 바란다”며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분단 70주년인 올해 남북 대화 및 소통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비교적 온화한 메시지를 통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화의 장으로 끌고 나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통일준비 등을 거론하며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으로 공동 번영과 평화의 길로 가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4대 구조개혁 총력 추진 재천명=박 대통령은 국내 현안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 등 국내 현안을 언급하면서 “혁신과 구조개혁 과정은 3·1운동 당시 그랬던 것처럼 국민 모두의 일치된 마음과 단합된 힘이 수반돼야 하는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며 “30년 후 후손들이 경제대국, 통일한국 국민으로 광복 100주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