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그림이 그려지는 공부가 최고

입력 2015-03-02 02:20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학생도 부모도 두근두근 설레야 할 텐데. 혹시라도 조마조마 걱정을 앞세우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성적, 진학, 학교, 취업 등의 스트레스에 사로잡히지 말고, 배움과 깨달음과 의문과 탐험의 기쁨을 누리시기 바란다.

최근 가장 영향력이 큰 교육 혁신은 경기도에서 시작한 아홉시 등교인 듯싶다. 학생들의 잠시간이 늘고 아침을 찾아 먹으며 심신의 여유를 찾게 됐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흐뭇해졌다. 이렇게 정상을 찾는 것이야말로 교육이 할 일임에 틀림없다.

폐지됐던 초등학교 학력고사를 부활시키는 안을 교육부가 검토한다는 뉴스를 보고 식은땀을 흘렸는데, 백지화되어서 너무 다행이다. 서열화로 경쟁을 부추기고 그것을 통해 이익을 얻고 통제하려는 집단이 워낙 집요한 시도를 하니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일이다.

교육이란, 학교란, 부모란, 선생이란 끊임없이 좋은 공부에 대해 건강한 상식을 확인해야 한다. 가장 좋은 공부 과정이란 답을 익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왜?’를 묻게 만드는 과정이다. 최고의 공부 방식은 스스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수수께끼를 잘 푸는 사람은 ‘왜?’를 놓치지 않으며, 잘 풀다 보면 점점 더 능력이 자라나서 이윽고 스스로 수수께끼를 만들어낼 정도의 고수가 된다.

나는 그림이 그려지는 공부가 최고라고 표현한다. “그림이 오니?”라고 우리가 자주 얘기하는 표현 그대로다. 이해가 되고, 전모를 알게 되고, 머리에 반짝 불이 켜지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바로 머리에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이다. 그림이 그려지면 기억에 새겨지고 전체를 순식간에 볼 수 있는 통찰력이 길러진다.

새 학기, 학교가 부디 행복한 곳이 되기를 바란다. 성적이나 명문대 진학이 문제가 아니다. 지식이 너무 많고 흔해져서 오히려 문제인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왜’를 찾고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자신도 행복하고 크게 자라며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고 크게 자라게 만들 것이므로.

김진애(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