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범죄가 잇따르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기 16만3664정이 있다. 총기 소지 허가를 받는 과정은 쉽지 않다. 나이, 전과, 향정신성의약품 사용 여부 등 여러 조건을 따진다. 신원조회도 한다.
하지만 일단 허가를 내준 뒤에는 범죄에 악용되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27일 경기도 화성 총기살해 사건의 피의자 전모(74)씨는 전과 6범이었다. 특히 폭력으로 두 차례나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도 총기 허가를 받은 건 규정에 허점이 있어서다. 현재는 ‘특정강력범죄로 징역형을 받고 2년이 지나지 않거나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만 불허토록 돼 있다. 폭력 전과가 있더라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은 경우, 실형을 받더라도 형 종료 후 3년이 지나면 허가가 나온다. ‘사회에 위해가 될 인물이라 판단될 경우’ 불허할 수 있지만 조항이 모호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전씨가 쏜 엽총은 전국에 3만7424정이 있다. 엽총을 소지하려면 수렵면허증이나 유해 야생동물 포획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엽총은 개인이 보관할 수 없고, 반드시 경찰관서에 둬야 한다. 그런데 이 총기는 매년 지방자치단체별로 3∼4개월 정도인 수렵기간에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다. 오전 6시부터 반출이 가능하고 당일 오후 10시 이전에만 반납하면 된다.
지난 25일 세종시 총기살해 사건에서 사용된 총기도 엽총이었다. 모두 허가·반출 과정의 절차상 문제는 없었지만 총기는 살인사건에 이용됐고, 사흘 새 경찰관과 피의자를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공기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구경이 5.5㎜ 미만으로 살상력이 크지 않은 공기총은 경찰관서에 보관하지 않고 개인이 갖고 있어도 된다. 전체 공기총 9만6295정 가운데 5만9880정을 개인이 보관하고 있다.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자 경찰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3월 1일부터 두 달간 총기 소지자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최근 10년간 가정폭력이나 이웃 간 다툼 등으로 112 신고가 접수된 총기 소지자는 선별해 총기를 수거키로 했다. 총기를 임의로 개조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전씨 같은 사람에 대한 총기 허가를 차단하기 위해 총기 소지 결격 요건에 ‘폭력 성향의 범죄 경력’이 추가된다.
경찰관이 일반인의 총에 맞아 사망한 건 1971년 이후 44년 만이다. 당시 10대 소년 두 명이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 소총을 훔친 뒤 난사해 서울 영등포경찰서 정모 순경이 숨졌다.
정부경 기자
이틀이 멀다하고 총기 사고…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입력 2015-02-28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