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작 뮤지컬에는 그간 완성도 높은 추리·미스터리 장르 작품이 많았다. ‘셜록홈즈-앤더스가의 비밀’ ‘셜록홈즈-블러디게임’ ‘블랙 메리 포핀스’에 이어 이번엔 뮤지컬 ‘아가사’가 그 대열에 합류했다.
‘아가사’는 지난해 300석 규모의 소극장인 서울 중구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지난 11일부터 700석짜리 중·대형극장에 속하는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재연 작품이지만 극 스토리와 분위기는 가져가면서 넘버는 추가되고 무대 장치와 구성은 바뀌었다.
당대 최고의 여류 추리소설 작가였던 영국인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가 1926년 12월 3일부터 11일간 실종됐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저서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발표 직후 홀연히 사라진 그녀는 이튿날 차와 소지품이 근처 호숫가에서 발견되면서 의혹이 커졌다. 열흘간 2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와 경찰이 수색했지만 아무 흔적도 발견되지 않아 당시 영국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그녀의 행방에 쏠렸다. 실종 열 하루째 되던 날,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의 내연녀 이름으로 한 호텔에서 숙박하다 얼굴을 내민 크리스티. 이후 자서전과 인터뷰 기사가 수없이 나왔지만 그때의 일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 미궁 속 이야기 이면을 탁월한 상상력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극의 묘미다. 평화주의자인 아가사가 살인 이야기를 쓰면서 인간의 악한 본성에 몰두하는 모습은 철학적으로 다가온다. 극이 커진 만큼 풍성해진 하모니도 작품을 화려하게 그리도록 돕는다.
주인공 아가사 역에는 믿고 보는 배우 최정원(46)과 이혜경(44)이 나섰다. 실종 사건 배후에 있는 로이 역할에는 강필석(37) 김재범(36) 윤형렬(32)이 활약한다. 안정된 발성과 연기 덕분에 어떤 조합으로 이 작품을 관람해도 만족할 만하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로 레이몬드 애슈턴 역을 맡은 슈퍼주니어 려욱(본명 김려욱·28)이 돋보인다. 소년탐정, 그리고 악몽을 꾸는 소설가 등 30년 차이의 두 나이 대 연기를 곧잘 해낸다.
그러나 초연(110분)에서 40분가량 분량이 늘어나다 보니 구성이 다소 정리되지 않은 아쉬움을 남긴다. 창작 뮤지컬이 개연성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편견은 해소해 줄 수 있는 정도다. 배우 김수로(45)가 기획한 ‘김수로 프로젝트’의 8번째 작품이다. 공연은 5월 10일까지 이어진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공연 리뷰-뮤지컬 ‘아가사’] 미궁 사건을 탁월한 상상력으로 풀어가는 묘미
입력 2015-03-02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