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배우자의 외도에 대처하는 법적 수단은 민사·가사소송만 남았다. 민사재판에서 인정되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어디까지인지, 소송 시 위자료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원은 통상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연인관계’로 볼만한 직접적 행위를 한 경우 불법행위라고 본다. 애정표현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상당 기간 주고받았다면 위자료 책임을 물릴 수 있다. 단순히 연락이 오간 정황밖에 없다면 불법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사원 김모씨는 아내가 다른 남성에게 보낸 ‘오늘 하루 어땠어?’ ‘우리 자기 보고 싶다’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법원에 제출해 이혼소송에서 위자료 1000만원을 받았다. 40대 남성 정모씨는 초등학교 여자 동창 박모씨와 자주 연락하고 수차례 모텔을 드나들다 아내에게 발각됐다. 부산가정법원은 지난 8월 정씨 아내가 정씨와 박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정씨 아내에게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민법 840조 1항에서 규정하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간통 현장을 덮친 증거가 없어도 인정되는 폭넓은 개념이다. 판례를 종합하면 상대방과 주고받은 은밀한 문자메시지나 통화내역, 카드 영수증, 모텔에 함께 들어가는 사진, 함께 여행을 간 사진 등은 부정행위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문자메시지 내용 등이 확보되지 않아도 정황상 충분히 연인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구가정법원은 2013년 2년 이상 다른 여성과 만나며 노래방에 가는 등 유흥을 즐기고 고가 의류를 선물한 남편에게 2000만원의 위자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성과 만났거나 연락한 정도라면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주부 A씨는 남편이 이웃집 유부녀 B씨와 부정행위를 했다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A씨 남편은 B씨와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한 달에 많게는 100건이 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울산지법은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비춰 적절한 행동인지 당연히 의문이 있다”면서도 “이런 사실만으로 민법상 불법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별거 중인 남편의 원룸에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론 부정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 박모씨는 2005년 8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다 남편의 원룸에 여성 이모씨가 있는 걸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씨는 당시 소매 없는 윗옷과 바지를 입고 있었다. 서울가정법원은 2007년 “부적절한 옷차림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조의무를 저버린 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간통죄 폐지 이후] 민사 인정 ‘부정행위’는 어디까지일까
입력 2015-02-28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