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매끈하고 잘록한 여성의 곡선을 ‘콜라병 몸매’라고 표현한다. 일개 음료수의 용기가 서구적 미(美)를 상징하는 통칭이 된 것이다. 독특한 디자인의 코카콜라병은 현대사회의 대중·소비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돼 왔다.
코카콜라사가 콜라병 탄생 100주년을 맞아 26일(현지시간) 본사가 있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코카콜라병: 미국의 아이콘 100년’을 주제로 전시회를 개막했다.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 등 코카콜라병을 소재로 한 1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케이티 베인 코카콜라 수석부회장은 “콜라병은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는 미국의 상징적 디자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앤디 워홀도 자신의 콜라병 작품에 대해 “코카콜라는 ‘평등’의 기호품이자 ‘가장 미국적인’ 물품 중 하나”라고 밝혔을 정도로 코카콜라병은 20세기 최고의 디자인 상품이 됐다.
사실 코카콜라병의 콘투어(물체의 윤곽·곡선)는 여성의 몸매를 형상화했다는 속설과는 달리 1915년 코코넛 열매를 본떠 제작됐다(사진). 유사한 콜라제품이 쏟아져 나오자 모양을 쉽게 알아보고 타사와도 차별화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때문에 초기 콜라병은 코코넛처럼 둥글고 통통한 세로 줄무늬를 갖고 있었다. 당시 미국서 유행하던 ‘호블 스커트’(아랫단을 좁게 한 긴 통 모양의 스커트) 열풍과 맞물려 여성의 몸매라는 상징성과 함께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시대에 따라 조금씩 디자인을 바꿔온 코카콜라병 중 가장 유명한 디자인은 1955년 산업디자이너 레이몬드 로위가 리뉴얼한 것으로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1950년에는 인물이 아닌 소비재로는 처음으로 타임의 표지를 장식하는 등 병 모양의 브랜드 가치만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53년 살바도르 달리가 처음 작품에 등장시킨 이래 앤디 워홀, 노먼 로크웰, 클라이비 바커 등 많은 예술가들이 콜라병을 작품 소재로 자주 활용했다.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다이어트 코크 한정판, 장 폴 고티에가 선보인 코카콜라 라이트 한정판은 산업과 예술이 만난 대표적인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의 사례로 꼽힌다.
병 모양과 함께 독특한 광고모델과 마케팅도 주목받았다. 빨간 모자와 외투, 흰 턱수염의 산타클로스가 1931년 코카콜라 광고에 쓰이기 위해 ‘고안’됐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모르는 흥미로운 일화다. 1993년부터 광고모델로 등장한 흰 북극곰의 친근한 모습도 이제는 콜라를 상징하는 대표 캐릭터가 됐다.
정건희 기자
콜라병 몸매 곡선 어떻게 만들어졌나?
입력 2015-02-28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