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민심의 메신저 돼라

입력 2015-02-28 02:30
박근혜 대통령이 장고 끝에 27일 새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했다. 국정원장이 비서실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국정원장도 바뀌게 됐다. 또 청와대 홍보수석을 교체하고, 정무특보와 홍보특보도 새로 임명해 이완구 국무총리 취임과 부분 개각에 이어 청와대 비서실 인사를 매듭지음으로써 집권 3년차로 나아가기 위한 진용 구축을 끝냈다. 교체 폭이 예상외로 컸다.

의외다. 청와대 공식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현명관 마사회장이 김기춘 전임 비서실장 후임으로 거의 굳어진 듯 보인 데다 이 실장이 국정원장에 임명된 지 불과 8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깜짝’ ‘파격’이란 평가들이 나온다. 국정원장의 경우 박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를 낙점한 것은 이 실장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정무 능력과 리더십을 갖춰 대통령 비서실 조직을 잘 통솔해 산적한 국정현안에 대해 대통령을 원활히 보좌하고 국민과 청와대 사이의 소통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배경을 설명한데서도 박 대통령의 의중이 읽힌다.

민 대변인 설명대로 이번 인사의 핵심 포인트는 소통에 있다. 정무특보와 홍보특보에 대민접촉 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의원을 기용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참신성이 떨어지고 ‘회전문인사’ ‘보은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하겠다. 전면적 쇄신보다는 안정 속의 변화를 선택한 결과다.

때문에 이 실장의 역할이 전임 실장에 비해 상당부분 축소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총리 취임 이후 지난 25일 처음 열린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당의 우위를 확인한 마당이다. 잇따른 인사검증 실패와 문건 파동 등으로 청와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의 극복 여부에 이 실장의 성패가 달렸다. 위상이 급락한 청와대 비서실을 명실상부한 국정의 컨트롤타워로 다시 자리매김시키고 문건 파문 와중에 불거진 하극상 등 무너진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부터 안정돼야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과의 소통도 원활해진다. 대통령 하명만 기다리는 실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에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제의한 영수회담 수용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항간의 의사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민심의 메신저가 돼야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