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1년 9월 15일 순환 정전사태라는 초유의 위기를 겪었다. 이에 건설기간이 비교적 짧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 민간 발전소의 허가를 대거 늘렸고, 가동을 중단했던 일부 원자력 발전소들이 재가동에 들어갔다. 겨울철에도 과거에 비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력수급 상황은 점차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에너지관리공단은 27일 오전 중 가장 낮았던 예비전력을 981만㎾, 전력예비율을 13.33%로 집계했다.
하지만 전력소비 성수기인 여름과 겨울이 돌아올 때마다 2011년의 악몽을 떠올리며 전력수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전력예비율 추이에 안심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조사한 올해 2월 전력수요량은 7879만㎾로 과거 같은 달과 비교해 꾸준히 늘어났다. 또 원전이 갑자기 멈추는 돌발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잦은 이상기후 발생도 새로운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한 주요 배경들이다.
국내 전체 전력 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30%에 달한다. 원전이 상시 가동되는 기저발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력 비수기 때 비중은 4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원전은 총 23기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우리는 원전 의존도가 높은 나라라는 의미다.
저렴한 발전단가는 원전 비중을 점차 높이게 만든 요인이었다. 원자력은 단가 면에서 다른 에너지원이 따라오기 힘든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2013년 12월 발표한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의 에너지원별 발전비용을 보면 모든 에너지원의 이용률이 80%로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원자력은 ㎾h당 47.93원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다. 다른 기저발전원인 석탄의 62.33원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LNG는 119.57원으로 원자력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에너지 안보를 감안하면 원자력은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월등히 효율적인 발전원이라는 게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이다. 우리는 2013년 기준으로 전체 에너지 중 95.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당장 23기의 원전을 모두 멈추면 연간 10조원 이상의 에너지 수입비용이 발생한다.
2011년 후쿠시마에서 방사선 대량 유출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했던 일본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겪었다. 원전이 중단된 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석유발전과 LNG발전을 늘렸다. 전기요금의 경우 가정용이 20%, 산업용이 40%까지 올라가면서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2010년 5조3000억엔의 무역수지 흑자가 2013년 13조8000억엔의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규모의 25.3%인 3조5000억엔이 원전 가동 중지에 따른 화력발전 등의 증가 때문이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월성1호기 수명 연장-국내 전력수급 상황] 원전 비중 30%… ‘전력대란’ 막기 위해 재가동 선택
입력 2015-02-28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