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투병중인 원성도 불가리아 선교사 “하루 빨리 회복해 집시들 곁으로 가고 싶어요”

입력 2015-03-02 02:14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명성교회에서 만난 원성도 불가리아 선교사(왼쪽)와 김수자 사모. 원 선교사가 백혈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지만 선교사 부부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허란 인턴기자

“하나님이 저의 백혈병을 치료해주시면 지금까지 해왔던 불가리아의 집시 사역에 더욱 집중할 것입니다. 만약 주께서 불러주시면 더 좋은 곳(천국)으로 가게 되고요. 전능하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최근 경기도 수원명성교회 게스트룸에서 만난 원성도(66) 불가리아 선교사는 믿음으로 받아들이기에 너무 힘든 상황임에도 천사처럼 평안한 모습이었다. 그의 온화한 미소는 과연 암 환자가 맞나 하는 놀라움을 안겨줬다.

하지만 자세히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부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를 괴롭히는 병명은 ‘필라델피아 양성 성인 급성 림프성 백혈병’. 오는 16일 골수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백혈병 선고를 받은 후 몇 달 동안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면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그의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 간호하고 있는 김수자(61) 사모 역시 5년째 뇌종양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점이다. 그가 자신의 병을 알게 된 것도 아는 선교사의 권유로 사모 치료차 잠시 중국을 방문할 때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오히려 하나님이 허락하신 고난에 감사하다는 원 선교사의 고백에는 주님께 온전히 헌신했던 그의 진실된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원 선교사는 2004년부터 불가리아에서 집시 사역을 했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바람처럼 떠돌기 좋아하는 집시들을 예수의 마음으로 품고 사랑하는 사역에 그의 인생을 걸었다. 집시들과 한집에서 생활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음식 의류 등 그가 가진 모든 것을 그들에게 내어놓을 정도였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자 통제하기 힘든 집시들도 마음을 열었다. 이제 집시들은 원 선교사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집시 사역 외에도 그는 현지에서 ‘기독세겜총회’ 교단을 세워 소속 교회들을 돌보았다. 원 선교사의 눈물어린 헌신으로 집시촌에 6개의 교회를 세웠고 그 교회들을 돌볼 수 있는 10명의 지도자들이 사역에 동참했다.

현지와 한국을 오가며 원 선교사를 도왔던 김 사모 역시 불가리아 집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특히 한국에서 8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시 사역에 필요한 재정을 보탰다. 뇌종양 발병 후 수면제와 진통제 없이 생활하기 힘들 정도였지만 2013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이영훈 목사의 안수기도를 받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뇌종양의 크기가 멈춘 기적을 체험했다.

원 선교사 부부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5000만원에 육박한 병원비와 수술비다. 또 원 선교사의 몸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1∼2년 동안 머물 수 있는 거처가 필요하다. 수원명성교회 유만석 목사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나와 교회 게스트룸에 머물러 있지만 여건상 계속 남아 있기도 쉽지 않다. 암담한 상황임에도 선교사 부부는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몸을 회복해 집시들에게 달려가고 싶다”고 말하는 원 선교사 부부에게서 ‘작은 예수’의 모습이 보인다(국민 479401-04-135220 김수자·010-3240-5661).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