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3월이다. 해가 바뀐 지 두 달 지났으나 새로운 시작의 활기찬 느낌은 입학식이 기다리는 이 시기에 더욱 잘 어울린다. 경칩과 춘분이 있어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따스함과 3·1절과 3·15의거기념일로 자부심, 숙연함이 함께 찾아오는 3월이다. 가장 위대한 인류 발명품인 숫자는 사물을 세거나 헤아린 양과 크기, 순서의 기록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나 각각의 숫자가 지니는 의미는 다양하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다양한 작품에서 숫자의 의미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풀어 놓기로 유명하다. 그는 작품 ‘나무’에서 수의 신비를 열거하면서 3은 대립하는 1과 2가 합쳐져 생긴 것으로, 입체성(부피)을 지니고 만물이 정반합을 거쳐 발전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기술했다. 숫자 3에 대해 우리가 지닌 일반적인 생각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듯하다. 이는 세발자전거와 삼발이가 주는 안정성, 사는 동안 주어진다는 3번의 기회, 삼세판의 결정 등이 정반합의 철학을 어느 정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신체에도 3의 오묘한 이치가 숨어있다. 귓속 감각기관으로 몸의 회전, 가속을 감지하는 기관인 반고리관과 산소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허파(폐)가 3의 오묘함을 지니고 있다.
반고리관은 림프액이 들어 있는 3개의 반고리관이 서로 직각을 이루어 세 평면에 위치함으로써 운동방향, 회전운동 및 가속도의 크기를 감지한다. 풍선의 구조가 아닌 스펀지 형태를 지닌 우리의 허파 중 오른쪽 폐는 상중하 3개의 폐엽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나의 폐엽이 기능을 잃더라도 나머지 둘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지니고 있다. 외부 변화에 몸을 보호하는 기능과 생명현상 유지에 있어서도 3이 주는 의미는 참으로 오묘하다.
우리 삶꼴을 관통하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 많이 등장하는 숫자 역시 3이 아닐까 싶다. 3년 가뭄과 석 달 장마, 세 살 버릇과 여든, 서당 개와 3년 등의 속담이 그러하고 정치와 종교의 삼두정치 및 삼위일체가 그렇다. 다가오는 3월에는 힘든 일보다는 삼삼한 일이, 우울함보다는 칠칠한 기운이 넘치도록 행진할 일이다.
노태호(KEI 글로벌전략센터장)
[사이언스 토크] 숫자 3과 삶
입력 2015-02-28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