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절도 가중처벌 ‘장발장법’ 역사 속으로… 재판관 전원 일치 위헌 결정

입력 2015-02-27 02:03
빵 하나만 훔쳐도 상습절도 전력이 있을 경우 징역 3년 이상 중형에 처하는 이른바 ‘장발장법’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재는 26일 상습절도 및 상습장물취득 범죄를 가중처벌토록 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5조의 관련 조항들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폐지된 조항 중 1항은 상습절도범을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하는 규정이다. 4항은 상습장물취득죄에 대해 같은 형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다른 형사처벌 형량과 비교해 균형이 맞지 않아 헌법 기본 원리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 절도 행위에 해당 특가법 조항을 적용할지, 형법을 적용할지를 검사 재량에 맡기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재판관들은 “어느 조항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초래되기 때문에 법 집행기관 스스로도 법 적용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는 결국 국민 불이익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실제 특가법상 상습절도죄로 기소되면 형을 감경받아도 1년6개월 이상 30년 이하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된다. 두 번 이상 특가법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또 절도를 저지르면 법정형이 6년까지 늘어난다. 징역 5년 이상인 살인죄보다 하한선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형법상 절도죄로 기소될 경우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징역형이더라도 1개월 이상에서 9년 이하의 형을 받게 돼 양형 범위가 넓어진다.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 등은 앞서 상습절도 혐의로 기소돼 재판 받던 피고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해당 특가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특가법을 적용할 경우 실제로 지은 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일자 상습절도범에게 특가법 대신 형법을 적용해 기소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위헌 결정에 따라 2010년 3월 31일 개정된 해당 조항으로 기소돼 형이 확정된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재심 사건이 진행될 경우 특가법이 아닌 형법상 상습절도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