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을 저지른 배우자에게 형사처벌을 받게 할 길은 사라졌다. 다만 민사·가사소송을 통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와 배상금을 받는 방법은 여전히 열려 있다. 법원이 위자료 액수를 높이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통죄가 폐지돼도 배우자의 간통은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유가 된다. 이혼소송 과정에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입증되면 그에 따른 위자료를 얻어낼 수 있다. 형사처벌은 사라졌지만 민사상으로는 간통의 책임을 변함없이 묻고 있는 셈이다.
간통죄로 형사처벌을 할 때보다 민사재판에서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입증이 더 수월하다. 예를 들어 남편이 여성과 여관에 들어간 뒤 1시간30분 후 나오는 장면을 촬영했을 경우 간통죄 형사재판에서는 이 사진만으로 남편의 간통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성관계를 가졌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민사재판에선 성관계 여부를 떠나 남편이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우자의 간통 상대방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 가정법원이나 민사법원에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대법원은 멀쩡한 혼인관계를 파탄 낸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다만 간통 전에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 난 상태일 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간통 행위로 피해를 입을 혼인관계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간통죄 폐지에 따라 위자료 액수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헌재 결정을 26일 “사회 변화에 부응하는 결단”으로 평가하면서도 ‘징벌적 위자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간통 배우자에게 형벌 대신 고액 위자료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지우의 이현곤 변호사는 “사안마다 부정행위의 정도 등을 종합해 위자료를 책정하기에 일률적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간통죄를 폐지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민사소송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프랑스는 1791년 프랑스대혁명 때 간통죄 처벌 규정을 없앴다. 미국은 일부 주에서만 간통죄 처벌조항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사실상 사문화됐다. 중국은 간통죄가 존재하지만 ‘협박 수단’을 동원해 현역 군인의 부인과 간통한 경우에만 처벌한다. 북한도 ‘비열한 동기에서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탄시킨 자’에 대해서만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간통죄 폐지-폐지 영향·외국 사례] 외도 땐 징벌성 ‘위자료 폭탄’ 등 보완 조치 있어야
입력 2015-02-27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