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역사의 뒤편으로 보냈지만 국민 여론은 아직 이불 속 문제에 법이 개입하길 바라고 있었다.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간통죄 존치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뢰를 저버린 배우자는 처벌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유교사회를 살아온 우리 국민의 여전한 정서다.
◇벌해야 할 짓, 왜 죄가 아닌가=국민일보는 간통죄 위헌 심판 전날인 25일 모바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오픈서베이’와 함께 전국 성인남녀 1000명(성별·연령대별 동수)을 대상으로 간통죄 존폐에 관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1000명 중 693명(69.3%)이 “간통죄는 존치돼야 한다”고 답해 “폐지해야 한다”(30.7%)는 의견을 압도했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간통죄 폐지가 세계적 추세지만 아직 우리는 정절을 중시하는 유교문화 안에 있다는 조사 결과”라고 평가했다.
여성 80.8%, 남성 57.8%가 간통죄 유지를 지지했다. 세부적으로 20대 여성층에서 존치 의견 비율(91.0%)이 가장 높았다. 반면 40대 남성은 존치(43.0%)보다 폐지(57.0%) 의견이 많아 유일하게 간통죄 폐지에 힘을 실은 연령·성별 그룹으로 조사됐다.
간통죄가 사라지지 말아야 한다는 가장 큰 이유로는 불륜을 단죄하는 처벌 수단이라는 논거가 제시됐다. 간통죄 존치를 선택한 693명 중 267명(38.5%)은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로 ‘배우자에 대한 의무를 깬 침해행위에는 상응하는 처벌이 마땅하다’고 했다. ‘혼인·가족생활 파탄을 막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는 이유를 댄 응답자가 218명(31.5%)으로 뒤를 따랐다. ‘사회적 성 풍속의 문란함 등 혼란이 우려된다’는 응답자는 138명(19.9%)이었다.
간통죄 폐지를 주장한 307명 중 110명(35.8%)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법의 개입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폈다. ‘협박 또는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간통죄가 악용된다’는 응답자가 59명(19.2%)이었다.
◇간통 경험 20%…10명 중 3명은 “눈감아주겠다”=응답자 10명 중 2명(18.8%)은 간통 또는 상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기혼자에게는 배우자 외의 이성과, 미혼자에게는 배우자가 있는 이성과 성관계 경험이 있는지 물었더니 남성 27.8%, 여성 9.8%가 ‘있다’고 했다. 간통 경험자 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60대 남성(38%)이었고, 20대 여성(6%)이 가장 낮았다. 간통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 중 55.3%가 간통죄 폐지에 찬성했다. 간통 경험이 없는 응답자 중 간통죄 폐지를 주장한 비중은 25.0%다.
배우자가 간통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엔 ‘이혼소송과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응답이 34.7%로 가장 높았다. ‘가정 유지를 위해 모른 척하거나 용서를 구할 기회를 준다’는 응답이 30.5%로 뒤를 이었다. 용서하겠다는 응답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상대방의 성관계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응답 비중은 2.7%에 그쳐 우리 국민의 성의식이 아직 그리 개방적이지 않음을 시사했다.
간통죄는 형법에서 지워졌지만 응답자들은 불륜 배우자에 대한 ‘경제적 단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간통죄가 사라질 경우 어떤 대안이 필요하겠느냐고 묻자 45.4%가 ‘이혼 및 민사소송 시 위자료 등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간통죄를 대체할 형법상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응답도 38.9%였다. ‘철저하게 개인 간 자유 영역으로 놔둬야 한다’는 응답은 9.5%에 머물렀다.
이번 설문조사는 단순 무작위 추출 방식에 따라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별로 200명씩, 연령대마다 남녀 100명씩 참여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0% 포인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간통죄 폐지-국민일보 1000명 모바일 설문조사] 여론은 달랐다… 70%가 “간통죄 유지돼야”
입력 2015-02-27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