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가 연일 세계의 초점이 되고 있다. 출판계에서도 올 들어 ‘현대 중동의 탄생’ ‘이슬람 전사의 탄생’ 등 중동·이슬람 관련서가 쏟아지고 있다. 출판사 글항아리는 ‘이슬람 총서’를 발 빠르게 기획, ‘세계사 속 팔레스타인 문제’에 이은 두 번째 책으로 ‘이슬람 불사조’를 선보였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20여년간 테러리즘을 연구해온 로레타 나폴레오니가 쓴 이 책은 IS를 정면으로 다룬 국내 첫 책이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처음 출판됐고 해외에서도 IS에 대한 거의 유일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현대 중동의 정세와 이슬람 무장세력의 역사, IS의 형성과 전개 등을 간결하게 다루면서 IS의 목표를 수니파 무슬림들의 국가 건설로 파악한다. 이 같은 분석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가 수니파 무슬림에게 어떤 의미와 파괴력을 갖는 것인지를 이 책은 파고들었다. 또 테러리즘을 기반으로 한 국가가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가능성을 타진했다. IS의 잔학 행위와 광신주의에 주목하는 기존 논의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국가 건설, 즉 건국은 기존 무슬림 무장조직과 IS를 구별해주는 키워드이자 세계의 젊은 무슬림들이 IS에 가세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궁극의 무슬림 유토피아를 무장단체가 구체적인 형태로 다듬고 현대적인 프로파간다 수단을 동원해, 실행 가능한 청사진으로 수백만이 넘는 수니파 무슬림 앞에 덜컥 내놓았다.”
저자가 IS를 설명하는 핵심 문장이다. 이슬람 국가 건설은 이슬람 무장조직들의 전통적인 슬로건이었다. 그러나 IS는 달랐다. 그들은 영토를 확보해 나갔고, 정복지 거주민을 위해 도로를 보수하고 전력을 공급하고 무료 급식소를 운영했다.
저자는 “IS가 시리아에 영토를 확보하고 현대 국가의 다양한 행정 수단을 동원해 공동체 내부에 정치적 권위를 세운 것은 실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의 젊은 무슬림들이 잔혹한 살인집단 IS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들이 내건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젊은 무슬림들에게 IS 가담은 중동에 새로운 정치적 질서를 세우고 인종차별과 종파갈등이 없는 국가를 수립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IS는 건국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면에는 시리아와 이라크라는 두 국가의 실패, 그리고 민주주의와 평화, 번영을 약속한 서구에 대한 오래된 실망이 있다.
국가 건설이라는 슬로건은 지하드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을 전망이다. 저자는 “건국이라는 현대판 지하드가 시작됐다”고 우려한다.
“IS가 새로운 칼리프 국가를 건설하려는 시도가 가까운 장래에 성공하든 못 하든, 언젠가 다른 무장단체 세력이 거듭 새로운 국가 모델로 똑같은 야망을 가지도록 고무시킬 가능성이 있다.”
순전히 테러리즘과 전근대적 정복 전쟁을 통해 한 국가가 태어난다면 현대 역사에서 최초가 될 것이다. 유럽 정상들이 IS의 수장 알 바그다디와 악수하는 날이 올까? 분명한 것은 이 질문이 더는 터무니없는 질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테러리즘에 기반한 국가는 가능한가
입력 2015-02-27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