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직장인 A씨의 지난해 연소득은 6597만원. 1년 전에 비해 소득은 244만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360만원이었던 A씨의 소득세 결정세액은 1년 새 451만원으로 91만원 올랐다. 결정세액은 연소득에서 신용카드 사용공제 등 각종 공제항목으로 세금을 감면받은 뒤 최종적으로 납부한 세 부담액이다. 월급날이었던 25일 A씨는 연말정산 환급액으로 40만원을 돌려받았다. 이는 지난해 돌려받은 94만원에 비해 54만원이나 적다. 결정세액과 실제 환급액에 차이가 나는 것은 회사가 매달 떼는 2014년 원천징수세액이 2013년보다 컸기 때문이다. 원천징수라는 변수를 제외하고 환급액보다는 결정세액으로 세 부담 여부를 따지는 게 정확하다. 결론적으로 A씨는 한 해 동안 오른 월급(244만원)의 3분의 1이 넘는 91만원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낸 셈이다. A씨는 “설 전에 임금인상 소급분과 성과급을 받지 않았더라면 1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아이들의 새 학기 비용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뻔했다”고 분을 참지 못했다.
연말정산 ‘세금폭탄’이 현실화됐다. 국민일보가 26일 총 직원이 292명인 A기업의 연말정산 결과를 분석한 결과 1년 전에 비해 평균적으로 근로자들의 소득세 부담이 정부의 예상치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총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보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자녀세액공제 금액 상향조정 등 미세 조정만으로는 이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A기업은 2013년도분 연말정산 결과 전체 인원의 8.9%인 27명이 690만원의 세금을 더 냈다. 그러나 연말정산 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큰 틀의 전환이 이뤄진 지난해 연말정산 결과 추가로 세금을 납부한 인원 비중은 11.6%로 늘었고 추가징수액은 1287만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3년과 2014년의 소득구간별로 결정세액을 비교한 결과, 세 부담이 감소한 구간은 연소득 3000만∼4000만원, 5000만∼6000만원뿐이었다.
정부는 2014년부터 큰 틀에서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 부담 증가가 없고, 5500만∼7000만원 근로자는 평균 2만∼3만원만 세금을 더 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기업의 평균치는 이와 크게 어긋났다. 정부 말대로라면 연소득 4000만∼5000만원 구간 근로자는 세 부담 증가가 없어야 하지만 A기업 근로자는 지난해에 비해 평균 5만5823만원의 세금을 더 냈다. 특히 연소득 6000만∼7000만원 구간 근로자는 1년 전에 비해 세 부담액이 평균 27만2473원이나 늘었다. 정부가 약속한 2만∼3만원의 세 부담에 비해 10배가량 높아진 것이다. 평균 10만원 정도 늘어날 것이라던 연소득 8000만원대 근로자의 세 부담도 40만원 가까이 늘었다. 8000만원 이상 근로자들 가운데 환급액이 200만∼300만원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경우도 속출했다.
물론 A기업에서 연소득 3000만원대(평균 약 3500만원) 근로자들의 2014년 결정세액은 지난해에 비해 10만원 넘게 줄었다. 고소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대신 저소득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정부의 말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연소득 5000만원대 근로자 역시 결정세액이 크게 줄었지만 이는 해당 근로자가 결혼·출산 등으로 부양가족이 늘어나는 시점에 맞물려 있는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소급적용을 해서라도 오는 5월 추가 환급을 통해 근로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얼마나 늘었는지 판단하기 이르다”면서 “다음 달 10일쯤 국세청이 원천징수의무자인 기업으로부터 연말정산 결과를 취합해 분석 작업을 거쳐야 세 부담 증가 추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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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deep]‘13월 폭탄’ 현실화… 6597만원 근로자, 환급액 절반이상 줄어
입력 2015-02-27 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