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환 서울 강남구교구협의회 회장 “봉은사역 논란 근본 원인은 종교편향”

입력 2015-02-27 02:08

“서울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명 제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비상식적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봉은사 미래위원장 출신인데도 서울시는 중립적인 것처럼 가장했고,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종교 관련 문제인데도 강남구교구협의회의 의견 수렴도 없이 봉은사역을 역명으로 추천했습니다.”

김인환(사진) 서울시 강남구교구협의회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성은교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봉은사역 논란을 종교간 갈등으로 봐서는 안 되며,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강남구는 구민의 30% 이상이 크리스천으로,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기독교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라면서 “강남구민에게 지하철 9호선역이 들어서는 코엑스 사거리는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는 상징적 공간이지 특종 종교단체가 포교행위를 하는 사적(私的) 공간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지하철역명은 서울시민이 공유하는 공공재이므로 ‘서울시 역명 제·개정 절차’와 기준에 따라 봉은사역에서 코엑스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서울시 역명제정 기준에 나와 있듯 지하철역명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며 해당 지역과 연관성이 뚜렷하고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지명’으로 정해야 한다”면서 “봉은사역을 코엑스역으로 바꾸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봉은사는 친일 논란이 제기돼 온 사찰”이라며 “서울시장과 강남구청장은 광복 70주년인 올해 친일논란 사찰의 이름을 지하철역명으로 제정한 경위를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봉은사역명 논란은 한국 종교·사회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 불교는 전통종교, 기독교는 외래종교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특정종교와 일부 인사들이 비뚤어진 민족주의를 강조하면서 생겨난 오해”라면서 “엄밀히 따지면 한국 전통종교는 샤머니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과 외래의 이분법으로 한국 근현대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일보 보도대로 이 문제는 지자체와 특정종교 간 행정·재정적 결탁, 종교편향 논리 뒤에 숨은 상대종교 공격 및 자기종교의 이익 챙기기, 반기독교 정서와 결합된 비뚤어진 민족주의 등 한국 종교·사회의 중대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성도들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박 시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룸비니 불교학생회 출신으로 위빠사나 수행을 했던 박 시장은 불교계에서 ‘한국불교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14인’으로 불린다”면서 “그런데도 박 시장은 자신을 ‘무교’로 소개하는데, 이는 특정 종교에 행정·재정적 특혜를 주면서 종교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박 시장은 차기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는데, 앞으로 더욱 책임 있는 자리에 서고 싶다면 봉은사역 논란 등 종교편향 문제부터 깨끗이 풀어야 한다”면서 “지도자의 최고 덕목은 정직”이라고 조언했다. 김 회장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남연회 감독, 미래목회포럼 대표 등을 역임했다.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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