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보도 함몰사고가 발생한 용산역 앞 푸르지오 써밋 공사장 주변 5개 지점의 지반이 불안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이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지만 주변 공사장으로 지하수 및 토사가 유입될 경우 싱크홀(땅꺼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용산역 앞 주변도로 지반탐사 결과 5개 지점의 지반층이 불안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지하투시레이더(GPR) 장비로 공사장 주변 전체 보도와 1개 차도(450m)를 대상으로 지반을 탐사한 결과 5곳에서 지반층이 느슨하거나 균일하지 않은 상태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반 불균질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로 땅을 파면 지하수가 나오고 흙이 다른 곳으로 유출될 수 있는데 그러면서 지반이 불균질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동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도 지반이 불균질하면 지하수나 토사 유출 등으로 함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럴 가능성이 낮고, 당장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너무 안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현재 시가 보유한 GPR 장비는 지표면에서 1.5m 아래까지만 확인할 수 있어 공사장 터 파기가 이뤄진 지하 10∼12m 사이에 추가 공동이 있는지 파악하려면 보링(boring)조사 등 추가 정밀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링조사란 기계로 지하 10m 이상까지 지름 50㎜ 정도의 구멍을 뚫어 흙이나 암석을 채취해 지질과 지하수의 상태를 알아보는 것이다.
한국지반공학회는 지난 23일부터 두달간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시는 정밀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틈새에 시멘트 풀을 넣는 그라우팅(grouting) 등 안전 조치를 취하고 공사중지 명령 지속여부도 판단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보도 함몰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사고직후 실시된 외부 전문가 조사를 통해 “지하수와 함께 토립자 유출이 지속되면서 발생한 공동이 점차 확대돼 도로표면에 가까운 퇴적층까지 이르면서 일시에 함몰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주변보도를 통제하고 용산푸르지오 써밋 공사장에 공사 중지를 명령한 상태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형 민간건축물 공사현장과 지하철공사장 등 주요 굴착공사장 주변(총 496곳)에 대한 일제조사를 통해 건축물 주변의 도로점검 및 공사장 흙막이 등 가시설 현황과 누수여부 등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함몰사고’ 용산역 주변 5개 지점 지반 불안정
입력 2015-02-27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