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내 하청 근로자, 마침내 승소-KTX 여승무원들, 끝내 눈시울… 대법, 지위 확인訴 엇갈린 판결

입력 2015-02-27 02:05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근로자들이 26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코레일을 상대로 같은 소송에서 패소한 전 KTX 여승무원 김승화씨.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 파견됐다 해고당한 사내 협력업체 직원들이 소송 10년 만에 현대차 근로자 지위를 최종 인정받았다. 대법원은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에서 2년 넘게 일했다면 원청업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며 현대차의 사내하청을 불법 파견으로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위장 도급계약(파견)을 가늠하는 구체적 기준까지 제시했다. 노동계는 환영했다. 반면 같은 소송을 제기한 KTX 해고 여승무원들은 엇갈린 판결을 받아들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김모(42)씨 등 7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파견 2년이 지난 4명은 현대차 근로자로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도급과 파견의 구분 기준을 제시하며 현대차가 김씨 등을 불법 파견받아 사용했다고 판시했다. 원청업체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거나 같은 작업조에서 원청업체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함께 일했다면 파견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김씨 등 4명은 2005년 현대차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낸 뒤 10년 만에 지위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2000∼2002년 현대차 아산공장의 협력업체 직원으로 입사해 의장·엔진·차체 공정 등의 라인에서 일하다 2003년 6월부터 차례로 해고됐다.

소송을 제기한 7명 가운데 파견기간 2년 미만인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2007년 6월 서울중앙지법(1심), 2010년 11월 서울고법(2심)에서 승소했다. 노동법상 사용사업주는 2년을 초과 근무한 파견근로자를 고용토록 하고 있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국내 제조업체에 만연한 사내하청 관행은 원청 근로자와 차별, 고용불안 등으로 그동안 많은 지적을 받았다. 사건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는 “파견 근로자 범위를 공장 전체 사내하청 근로자로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도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전체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현대차는 “전체 사내하청 문제를 노사자율로 해결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같은 날 열린 KTX 여승무원들의 소송에서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는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다 코레일의 자회사인 한국철도유통에서 해고된 오모(36)씨 등 KTX 여승무원 34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오씨 등은 2004년 KTX 개통 당시 철도유통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승무원으로 일하다 2년 뒤 KTX관광레저로 옮기라는 통보를 거부해 2006년 5월 해고됐다. 이들은 서울역 부근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 근로자지위확인 및 미지급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묵시적으로나마 직접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된 만큼 오씨 등은 여전히 코레일 직원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 업무와 철도유통 소속 KTX 여승무원의 업무가 구분됐고, 철도유통이 승객 서비스업을 경영하면서 직접 고용한 승무원을 관리하고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코레일과 승무원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근로자 파견계약 관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