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6일 간통죄에 대해 7대 2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형법 241조는 효력을 잃었다. 1953년 간통죄 처벌 조항이 제정된 지 62년 만이다. 1990년 이후 지금까지 네 번의 합헌 결정을 뒤집은 이번 헌재의 결정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간통죄는 엄연히 처벌 조항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문화되다시피 해온 게 사실이다. 검찰이 지난해 간통 혐의로 기소한 892명 가운데 구속된 피고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다른 죄가 있거나 죄질이 극히 나쁜 경우를 제외하면 징역 6∼8개월, 집행유예 2년이 공식으로 굳어졌다. 정부 통계를 보더라도 간통죄로 구속돼 형을 사는 비율이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 ‘국가가 사적 영역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대세와 세계적 추세를 따른 것이다.
그동안 간통죄를 유지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했다. 유럽은 1930년 덴마크를 시작으로 모두 없앴고 우리나라와 같은 유교권인 일본도 1947년 폐지했다. 중국은 현역 군인의 배우자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20개 주에 간통죄 처벌 조항이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1964년 열린 제9회 국제형법회의에서도 간통을 처벌하지 않기로 결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간통죄가 있다고 해서 간통이 줄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이혼했거나 이혼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고소를 해야 하는 엄격한 요건 때문에 가정보호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화해의 기회를 박탈해 가정을 해체하는 수단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중처벌 논란으로 간통죄로 처벌받을 경우 법원이 위자료를 낮게 책정해 정작 피해자가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 모순이 허다했다고 한다. 간통죄를 유지할 실익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번 결정으로 헌재가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2008년 10월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된 5400여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길이 열렸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 결정은 간통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 부부간 정조를 국가의 형벌로 다스리는 게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뜻이지 개인의 부도덕과 양심의 가책까지 면책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구성원이 가정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유지할 성실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은 죄의 유무를 떠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부정행위로 가정을 해체시킨 가해자에겐 간통죄 처벌 조항에 버금가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성실의무를 저버려 가정을 파탄낸 자에게 기존보다 훨씬 많은 위자료를 물리는 등의 방법으로 간통죄 이상의 효과를 거두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사설] 憲裁 위헌 결정이 간통 면죄부는 아니다
입력 2015-02-27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