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제 폐지… 중앙대 실험 논란

입력 2015-02-27 02:52
중앙대가 올해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 단위로 신입생을 뽑는 학사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저출산 현상에 갈수록 학생이 줄어 대학마다 정원 축소 등 구조 개혁을 고심하는 상황에서 서울의 주요 대학이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중앙대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학교육을 개혁해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에 학문의 전당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한다는 우려와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앙대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2016학년도 신입생부터 학과 구분 없이 선발해 자유롭게 전공을 탐색하고, 2학년 2학기에 ‘주 전공’을 선택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2021년부터는 아예 인문계열·자연공학계열 등 계열별로 신입생을 모집키로 했다. 지원자가 몰릴 인기 전공에는 기존 정원의 120%가 배정되고, 지원자가 이를 초과하면 성적순으로 배정한다. 대신 현재 전체 학생의 20% 수준인 이중·복수전공 이수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학과는 그대로 두고 모집단위만 광역화했던 기존 학부제와 달리 학과를 아예 없애고 단과대별 전공 과정을 운영하는 ‘전공제’가 도입된다. 전공 편성·운영 권한이 각 학과에서 단과대로 넘어가 전공 개설·폐지·통합이 훨씬 쉬워진다. 취업에 불리한 인문계열 전공 등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전공은 자연스럽게 폐지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학이 취업학원의 길을 택하는 것이란 비판도 만만찮다. 대다수 학생이 이공계 상경계 등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김누리(독어독문학과) 교수는 “기업이 대학을 장악하면 학문 세계를 어떤 식으로 황폐화시키는지 보여주는 결정판”이라고 비난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