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선수 시절 긴장하지 않던 제가 지금은 너무 떨려요. 프로 볼러로 출전하는 첫 대회에서 꼴찌만 안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11월 프로 볼링에 입문한 ‘원조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24)가 3월 4∼6일 열리는 ‘2015 로드필드-아마존수족관컵 SBS 볼링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한창 연습 중인 그를 25일 서울 강동구 천호스핀볼링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구력이 1년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다만 지난해 프로 테스트 때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신수지는 손연재(20)가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 리듬체조 최고스타로 군림했다. 2006년부터 전국체전 5연패를 달성했으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아시안 선수로는 첫 기록이다. 특히 세계에서 처음으로 9회전을 성공한 백일루션(오른발로 몸을 지탱한 채 360도 회전하는 기술)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 때문에 2011년 은퇴한 이후 2012년 ‘댄싱 위드 더 스타’를 시작으로 방송에 종종 출연하는 한편 골프와 여자야구, 필라테스 등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1월 우연히 접한 볼링에 빠져 프로 테스트까지 응시했다.
그는 “친구들이랑 볼링장에 처음 갔는데, 제가 가장 못했어요. 오기가 생겨 한 달간 집중적으로 연습했더니 점수가 평균 180대까지 오르더라구요. 박경신 프로에게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고 졸랐더니 ‘끝까지 할 거면 프로 테스트를 보라’고 말씀하셨어요.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성격이라 열심히 하다보니 운 좋게 테스트를 통과했네요.”(웃음)
그는 기준점이던 185점을 3점 넘긴 188점으로 아슬아슬하게 합격했다. 하지만 공식 경기경험이 없는데다 테스트 장소가 연습한 곳과 레인 패턴이 달랐던 점을 등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손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순간접착제를 붙이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국프로볼링협회 유청희 이사는 “구력 10개월 만에 프로 볼러가 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리듬체조의 정상에 서봤던 선수라 그런지 볼링 감각이 매우 뛰어나다. 또 대단한 연습벌레다”고 칭찬했다. 이어 “신수지 덕분에 언론은 물론이고 일반인의 관심이 매우 높아져 볼링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복덩이가 제 발로 굴러들어왔다”고 좋아했다.
미모와 입담을 자랑하는 신수지는 최근 방송에서 각광받는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 중 한 명이다. 2013년 7월 5일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선보인 백일루션 시구는 그해 최고 시구로 뽑혔다. 신수지는 “주변에서 많이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리듬체조 선수 시절 그 관심을 받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보다 스포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예능인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싫다”며 “올해 가능한 한 많은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프로 볼러가 됐지만 신수지의 마지막 목표는 리듬체조 지도자다. 현역 때 혼자 터득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꿈이 있다. “은퇴 이후 삶을 걱정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열정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주변을 보면 할 게 너무 많잖아요.”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 프로볼링 데뷔전 갖는 신수지 “그래도 꼴찌만 안했으면…”
입력 2015-02-27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