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인수전에 한 중견 건설사가 뛰어든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와 신세계 두 거대 그룹 간 ‘벼랑 끝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의향서를 낸 호반건설이었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의 토목공사 노하우뿐만 아니라 금호산업의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 운영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가는 건설업계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의 일례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은 건설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거나 아예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추세다. 중동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을 벌이는 식의 기존 건설사업으로는 더 이상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000년대 중반까지 30억∼100억 달러의 해외건설 계약금액을 유지했던 건설업계는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뤘다. 2006년 165억 달러를 돌파한 해외 수주액은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716억 달러를 찍었다. 하지만 2011년 591억 달러로 휘청거린 다음엔 3년 동안 650억 달러 전후 수준을 유지하는 답보상태에 들어갔다.
국내 건설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하자 외국으로 눈을 돌렸지만, 기존 해외시장도 점차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의 산유국들까지 저유가 기조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대형 프로젝트 발주를 줄줄이 연기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건설사들은 신시장·신수종 사업 개척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 경쟁에 돌입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6일 “해외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우리 건설업계는 시장·사업 다변화 전략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1위 현대건설은 외국 유력기업들과 힘을 합쳐 세계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의 글로벌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24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 세계 에너지·인프라 사업과 관련해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스페인의 건설회사 아베인사와 발전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호주시장을 비롯해 몽골 등에서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자발전과 관련해선 지난해 10월 6억 달러 규모의 터키 키리칼레 민자발전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베트남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MOU를 성사시켰다.
대림산업은 지난 연말 서울 여의도에 글래드 호텔을 열고 본격적으로 호텔사업을 시작했다. 대림은 호텔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 아래 앞으로 국내에서 4000객실 이상을 보유한 호텔 개발, 시공 및 운영 그룹사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민영임대주택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부영그룹은 면세점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12월 제주에 면세점 특허 신청을 냈으며 호텔신라, 롯데그룹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기획] 건설사 “미래 먹거리 찾아라”… 에너지·호텔·면세점에 도전장
입력 2015-02-27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