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환경시민단체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의 이병천(62·사진) 회장은 “재선충병으로 국내 소나무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최악의 상황이란 ‘멸종’을 의미한다. 그는 “무턱대고 전국 소나무를 모두 지켜내겠다고 하지 말고 반드시 지켜야 할 소나무와 버릴 소나무를 솎아내는 방식으로 정책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30년간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에서 임업연구관을 지낸 농학·산림생태학 전문가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나오는 국목(國木)이다. 현재 피해 상황을 진단해 달라.
“우리 역사가 곧 소나무의 역사다. 참담해서 잠이 안 온다. 다른 데도 문제지만 제주도는 후손에 큰 죄를 지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 우리나라 특산식물의 60∼70%가 제주도에 있다. 생태계의 보물섬이다. 한란·춘란 같은 소중한 생물이 재선충 소나무를 잘라내는 과정에서 엄청 훼손됐다. 애초 방제 설계부터 잘못됐다. 소나무 하나를 중심으로 수십종의 생명이 산다. 송이버섯은 일부일 뿐이다. 이런 환경재앙이 발생하면 먼저 생태학자를 현장에 보내야 한다.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문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그런데 소나무 잘라낸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인부들을 보내 짓밟아 버렸다.”
-정부는 방제를 자신한다.
“사태가 불거지고 산림 전문가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는다. ‘이러다 정말 소나무 다 죽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다. 전쟁을 할 때는 적합한 무기를 써야 한다. 항공 방제를 벌이는데, 일본도 초반에 항공방제를 하다 포기했다. (매개충인) 하늘소만 죽이나? 수많은 종류의 나비, 벌 등 곤충도 다 죽일 건가? 지금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소나무뿐 아니라 한반도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이나 중국과 처지가 다르다. 두 나라는 우리처럼 소나무가 주요 수종이 아니다. 소나무가 없다고 생태계 전체가 망가지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소나무가 사라지면 토양생태계에 큰 변화가 온다. 산림청 조직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훈증기법을 주로 쓰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귀찮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비가 와 흘러내리면 무용지물이다. 또 토양오염은 생각해봤는지 의문이다. 몇 개월 뒤 약효가 다 사라진다고 하는데 강력한 농약이 토양에 마구 스며들고 있다. 애초에 나무를 쪄버리는 방식이어야 했다. 만약 지리산 같은 곳에 재선충이 생겼다고 제주도처럼 들어가서 들쑤시고 짓밟아 버리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은 금강송 지역 등 중요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할 때라고 본다. 더욱 시급한 건 소나무 종자를 받아서 묘목을 대량 생산해놓는 일이다. 해송, 금강송 등 지역별로 소나무 종류가 다르다. 30∼40년 후를 내다보고 움직여야 나중에 복원이 가능할 것이다. 이후에 생태계의 자연 복원력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재선충도 먹이가 없으면 결국 소멸될 것이다.”이도경 기자
[소나무 재선충의 공습-인터뷰] 이병천 회장 “훈증기법, 비 와서 흘러내리면 무용지물”
입력 2015-02-27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