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1명이지만 완주는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면 됩니다. 목회도 마찬가집니다.”
최근 ‘완주자의 노래’(쿰란출판사)를 펴낸 박종순(75) 서울 충신교회 원로목사의 목회철학이다. 밝고 온화한 표정과 특유의 낮고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성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박 목사는 가끔 이솝우화를 들려주고 마라톤 이야기를 한다. “세계기록을 깬 선수가 운동장에 들어서는 순간 수만 관중의 환호성과 갈채가 하늘을 찌르고 그의 머리에 월계관을 씌어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 사력을 다해 들어서는 꼴찌 선수도 높이 평가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는 최고, 최대 신드롬에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누가 더 높은 빌딩을 세우느냐, 더 큰 건물을 짓느냐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 교회도 목회자도 그 덫에 걸려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저도 예외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뒤늦게 모든 사람이 다 최고, 최대일 순 없다는 보통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더디고 느리더라도 완주자의 길을 걷는 쪽이 덤비고 서둘다 넘어지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박 목사는 늘 ‘목회는 마라톤이다’라고 생각했다. 단판승부보다는 완주 목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도 포기나 탈락 없이 완주자가 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극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저의 희망은 모든 목회자들이 중도 탈락 없이 완주자의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박 목사는 1976년 충신교회 담임으로 부임한 이래 40년 동안 오로지 한 목장을 지켰다. 예장통합 총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냈다. 그가 연합기관을 이끌고 있는 동안엔 시끄럽던 곳도 조용해졌으며 갈등과 분란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완주자의 노래’는 목회활동 40년을 정리한 책이다. 1부 ‘부르심’, 2부 정도(正道) 목회, 3부 균형(均衡) 목회, 4부 목회 서신 등으로 구성됐다. 책에서 박 목사는 목회자 10계명을 제안했다. ‘목양지(牧羊地)를 지켜라’ ‘일기 쓰지 않기’ 등이 대표적이다. 박 목사도 처음엔 일기를 충실히 썼다. 하지만 자신이 떠나고 일기만 남았을 때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자손들이 보면 어떨까 싶어 그만 일기장을 닫고 말았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 설교할 때도 실명(實名)은 되도록 거론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고 했다.
박 목사는 40년 동안 담임목사직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한 비결로 ‘균형 목회’를 꼽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경지를 말한다. 그는 인간관계도 그렇다고 했다. “사람들은 엄격하고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 ‘차갑고 인간미 없으며 사무적인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면서 “반대로 매사 반겨 주고 다 들어주면 ‘가볍고 수준이 낮으며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목회자는 수다스럽고 경박하고 가벼운 쪽보다는 다소 차갑더라도 신중한 쪽이 좋다”고 권면한다.
을미년 청양의 해를 맞아 원로 목회자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간곡한 부탁을 했다. “‘목자(牧者)는 언제나 양(羊)떼 곁에 있어야 합니다. 양은 천사도 악마도 아닙니다. 바르게 이끌면 따라오고, 방치하면 온갖 위험에 노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떼도 절대로 목자 곁을 떠나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기 때문입니다.”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책과 영성] “목회는 마라톤… 균형잡고 끝까지”
입력 2015-02-28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