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시민의, 시민적인’ 또는 ‘문명적, 교양 있는’으로 풀이되는 ‘civil’이다. 저자 스테파노 자마니는 협동조합 경제학의 권위자로 시장과 정부, 성장과 분배 등 이분법에서 벗어나 ‘시민경제’를 주창한다.
책은 중세시대에 나타난 시민경제가 발전과 쇠퇴를 거쳐 21세기에 다시 주목받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현대 경제학이 환경오염, 경제 불평등 등 우리 사회를 괴롭히는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답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전통적인 성장지향 모델이 위기에 처하고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그동안 고수해온 성장지향 모델의 근본적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탓이다.
시민경제학에선 성장을 통해 이익이 발생하고 국가가 그 이익을 사회에 재분배한다는 메커니즘을 거부한다. 더불어 사는 시민들의 손에서 모든 경제 행위가 벌어진다. 저자들은 한국이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을 통과시킨 것을 거론하면서 한국인들도 경제 영역에서의 다양성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책에서 얘기하고 싶은 결론은 ‘행복’이다. 시민경제에서 경제 활동의 목적은 효용의 극대화에 있는 게 아니라 공공 행복의 확대에 있다는 것이다. 제현주 옮김.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중세시대 등장한 시민경제, 21세기에 뜨는 이유
입력 2015-02-27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