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박삼구·정용진 ‘벼랑끝 승부’ 가능성… 금호산업 인수戰 가열

입력 2015-02-26 02:17 수정 2015-02-26 10:02
국적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한 재계의 전쟁이 시작됐다. 국민일보DB
신세계가 ‘참전’하면서 올해 기업 인수·합병(M&A)의 최대어로 꼽히는 금호산업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과에 따라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간 ‘벼랑 끝 승부’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기필코 되찾아야 하는 처지다. 금호산업은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의 지분 46.00%를 갖고 있고, 금호터미널의 지분 100%, 금호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도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을 놓치면 금호타이어 하나만 남기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공중분해 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은 금호산업 재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 부회장은 면세점 등 기존 사업과 금호산업 인수에 따른 항공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함으로써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세계는 의향서 제출 과정에서 그룹명이 노출될 경우 인수 참여를 포기하겠다는 의향까지 밝힐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터미널도 정 부회장이 금호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요인으로 관측된다. 금호터미널은 광주신세계 백화점 부지를 갖고 있다. 2013년 신세계 측에 이 백화점 건물과 부지를 20년간 장기 임대하기로 하고, 5000억원을 추가로 받은 바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박 회장과의 친분·사업상 관계를 고려해 유력 대기업들이 금호산업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일단 이번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가운데 실제 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신세계가 유일하다. CJ그룹과 롯데그룹은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제주항공을 갖고 있는 애경그룹도 의향서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신세계가 전격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재계의 두 거물 간 불꽃 튀는 승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상황에 따라선 단체전 성격으로 판도가 흘러갈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어도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호텔 등 분야에서 신세계와 경쟁관계에 있는 롯데가 향후 인수에 뛰어드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CJ의 경우에도 CJ대한통운과 아시아나항공을 연계한 물류 사업의 효율 상승을 노릴 수 있다.

관건은 박 회장의 자금력이다. 금호산업은 2014년 시공능력평가 20위인 중견 건설업체로 시장가격은 5000억원대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인수금액은 1조원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이 입찰 최고가격에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무적·전략적 투자자 등 ‘백기사’의 도움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 부회장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다면 박 회장의 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아울러 신세계가 호남지역을 연고로 두고 있어 지역 색이 강한 금호산업을 거부반응 없이 인수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역적 반발이 의외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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