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중심” “黨 주도” 당당해진 黨… 당정청 첫 정책협의회

입력 2015-02-26 02:51 수정 2015-02-26 09:52
정부와 새누리당, 청와대 관계자들이 25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첫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갖기에 앞서 서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강석훈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유승민 원내대표,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황우여 사회부총리, 원유철 정책위의장. 김태형 선임기자

박근혜정부 출범 3년차 첫날인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정책협의회에서는 ‘당 중심’ ‘당 주도’ ‘당 책임’ 등의 단어가 쏟아져 나왔다. 유승민 원내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지도부는 작정한 듯 정부와 청와대를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국정운영 기조의 수정 필요성까지 언급됐다. 권력추가 당으로 옮겨간 듯한 여권 내 역학관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발하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2년 전 계획에서 계속 갖고 갈 것, 과감하게 수정할 것, 새롭게 할 것을 잘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최근 당정청이 정책 혼선으로 국민의 질타와 함께 원망을 산 게 사실”이라며 “당정청이 실질적 협의체가 되기 위해선 정부 측이 모든 정책의 입안 단계부터 발표까지 당과 긴밀히 상의하고 조율해 달라”고 주문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도 새누리당은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개편 혼란 등을 언급하면서 “민심이 크게 성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지목한 4대 구조개혁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선 “이해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퉁퉁 불어터진 국수’ 발언을 두고 “야당도 존중해야 한다,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청와대 참모들이 정무기능을 잘 발휘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최근 도시가스 요금 인하안을 단독으로 마련한 것을 질타하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경고했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동안 (정부와 청와대가) 중점 법안 등을 정해 워낙 (당에) 푸시를 많이 했는데 정부 입장을 존중할 테니 이제 당이 이끌어갈 수 있도록 좀 맡겨 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의제 선정도 일방적으로 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 문제와 관련해선 “당정청이 긴밀하게 논의해 그 방식과 내용을 결정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반영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문에 정부와 청와대는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고, 최경환·황우여 부총리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이제까지 당정청 회동이 정부와 청와대의 결정을 하달 받는 형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책 입안부터 집행까지 전 과정을 당이 주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황 교육부총리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가 화기‘애매’했다”고 뼈 있는 농담을 했고 유 원내대표는 “서로 생각의 차이는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민 원내대변인은 “농담하고 웃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상당히 긴장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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