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공룡’ 아마존 이번엔 진짜 오나… 사무실까지 열어 궁금증 증폭
입력 2015-02-27 02:49
또다시 설(說)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실체를 드러낼 것인가.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해 세계 최고 서비스 플랫폼 기업이 된 아마존(Amazon)의 국내 진출설이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국내 진출설은 보다 정확히 말하면 아마존의 핵심 사업인 전자상거래 사업 등으로의 진출설이다. 아마존은 2012년 5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전자상거래 사업과 관련해서는 진출설만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케팅 및 비즈니스 개발 인력 채용을 잇따라 진행하면서 아마존이 국내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00만 가지 상품… 없는 것이 없다
1994년 제프 베조스에 의해 설립된 아마존은 베타 서비스를 거쳐 이듬해 7월 온라인 서점을 오픈했다. 처음 판매한 책은 ‘유체 개념과 창의적 유추’라는 책으로 창업 초기에는 희귀본을 찾아주는 서비스로 명성을 높였다. 창업 초기부터 낮은 마진율과 적은 운영비용을 바탕으로 싼 가격에 상품을 공급했다.
책으로 출발한 후 DVD, 음악, 소프트웨어, 비디오 게임, 전자제품, 옷, 가구, 음식으로 제품을 다양화해 지금은 판매 상품 종류만 1000만 가지가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매출도 급증해 2013년 74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890억 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이 같은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공식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올해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아마존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고객 중심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은 ‘고객이 사고 싶어 하는 물건은 어떤 것이든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는 것’을 미션으로 내세운다. 창업 초기부터 고객 정보 수집과 관리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해당 정보를 이용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500개 정도의 성과 목표 측정 방식 중 80% 정도가 고객 관련 지표일 정도다.
이러한 고객 중심 정책은 ‘원클릭’으로 대표되는 편리한 주문 방식, 고객 구매 패턴에 따른 맞춤형 추천 정보, 서적 본문 검색 서비스 등의 아이디어와 같은 정교한 마케팅 전략으로 구현되면서 재구매율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실제 아마존 매출의 70% 이상은 기존 고객의 재구매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2007년 전자책 ‘킨들’을 시작으로 태블릿인 ‘킨들 파이어’를 출시하면서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며 고객을 확장해왔다. 유통 중심 사업뿐만 아니라 콘텐츠,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사업 구조가 확대됐다. 이밖에도 우주여행을 연구하는 블루오리진을 설립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매출 대부분 독·일·영 3국
해외에는 1998년 독일과 영국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일본 프랑스 캐나다 중국 등에 진출해 있다. 현재 아마존닷컴(Amazon.com) 외 별도의 국가명(일본의 경우 Amazon.com.jp)이 붙는 도메인을 쓰는 국가는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이다. 해외에선 초기 진출한 독일 영국 일본처럼 종합 쇼핑몰 형태인 곳이 있는 반면 킨들 스토어만 오픈해 도서와 미디어 판매 사업만 하는 국가도 있다. 해외 매출의 대부분은 초기 진출했던 독일, 일본, 영국 3국에서 나오고 있다. 3국에선 동종 업계 1∼2위에 올라 있다.
아마존의 국내 진출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존은 1999년 3월 삼성물산과 ‘아마존 코리아’를 설립하기 위한 전 단계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당시 삼성인터넷쇼핑몰에 아마존 매장을 개설해 책을 판매하기도 했다. 양사는 한국지사 설립을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실제 지사 설립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그 이유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존이 2000년 일본 진출에 집중하면서 국내 진출이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아마존의 국내 진출설이 흘러나오다 2012년 5월 한국 법인 설립에 이어 지난해 1월 염동훈 전 구글 코리아 대표가 AWS 한국지사의 제너럴 매니저(GM)로 이동하면서 한국 진출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잇따른 진출설에도 연말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뚜렷한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마존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 판매 및 마케팅 인력 채용 공고가 올라오고, 최근 들어 오픈마켓 관련자들에 대한 접촉 이야기가 돌면서 진출설이 또다시 힘을 얻었다. 실제 아마존 측에서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업계의 마케팅 및 기획 관련 인력들에 대한 접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GS타워에 마련한 새 사무공간도 진출설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마존의 전자상거래나 콘텐츠 관련 사업 진출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린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구직 사이트에 올라 있는 국내 채용 공고 25개 중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관련한 공고가 22개로 대부분인데 나머지 공고만 가지고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진출을 단정짓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또 다른 IT 업계 관계자도 “전자상거래나 다른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선 인력 등의 준비가 만만치 않은데 현재 그 정도의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온다면 전자책 관련 될 것”
업계에선 아마존이 이미 포화상태로 경쟁이 심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바로 뛰어드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마존이 가장 최근에 진출한 국가의 경우 전자책 관련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만큼 국내 역시 비슷한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단독 진출보다 합작법인이나 기존 업체 인수 같은 발판을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를 접촉하는 것과 관련해선 이웃한 중국이나 기타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판매자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인접한 중국에서 아마존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판매자를 확보해 상품을 다양화하려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