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이하 현지시간) 공화당이 주도해온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미 정계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공화당의 반발로 28일로 예정된 국토안보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피하기 위한 합의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커졌다.
키스톤XL 법안은 캐나다 앨버타주 하디스티에 있는 타르 샌드를 미국 텍사스주의 멕시코만까지 수송하는 송유관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타르 샌드는 타르 성분이 함유된 모래와 돌로 오일 샌드로도 불리며 이를 정제해 석유를 뽑아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법안에 대해 “수년간 환경론자들과 재계의 로비전이 치열했던 법안”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이 법안은 환경을 중시하는 민주당과 경제를 우선하는 공화당이 각각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충돌했다.
당초 캐나다의 타르 오일 생산업체인 트랜스캐나다(Trans Canada)는 2008년 1700마일(2740㎞) 길이의 키스톤XL 송유관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화당은 송유관이 건설되면 70억 달러(7조7000억원)의 직접투자와 함께 2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며 건설을 허용하는 법안 발의를 주도했다. 아울러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남미와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환경론자들과 민주당은 타르 샌드가 액체가 아니라 반(半)고체 상태이고 부식성분도 많아 송유관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송유관이 지나는 네브래스카주에는 미 중서부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대수층(帶水層·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이 있어 자칫 타르 샌드가 샐 경우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타르 샌드가 정제 과정에서 다른 원유보다 온실가스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해 환경에 치명적이라고 봤다.
이런 상반된 주장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거부권을 행사해 환경론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취임 이후 세 번째이며, 2010년 이후로는 첫 거부권 행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안전, 환경문제 등 국익에 영향이 큰 이슈인 만큼 충분한 검토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공화당은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효로 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미 의회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할 수 있다. 공화당이 보유한 의석수는 상하 양원 모두에서 3분의 2가 안 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일자리’를 이유로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향후 공화당은 3분의 2 득표전을 위해 총력전에 나설 태세고 이에 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국민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기존에도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둘러싼 국토안보부 셧다운 이슈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첨예한 대치를 벌여왔기 때문에 이번 거부권 행사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오바마·공화당, 이번엔 ‘오일 샌드 수송관’ 충돌… 오바마 키스톤XL 거부권
입력 2015-02-26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