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터키 킬리스에서 종적을 감춘 김모(18)군이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해 훈련받고 있다는 소식이 24일 전해졌다. 집을 떠난 지 47일 만이다. 국가정보원은 시리아에서 입수한 김군 정보를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곧바로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김군 어머니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잠시 후 어머니가 보내온 문자메시지는 예상 밖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아무 소식 못 들었습니다. 기자님이 문자 주셔서 알았습니다.’ 이어진 문자 대화에서 어머니는 ‘심장이 내려앉을 것 같아 뉴스를 보지 못하겠다’ ‘마음이 찢어진다’ 같은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죄송합니다’로 시작한 첫 문자메시지부터 ‘심려를 끼쳐 너무나 죄송해요’로 끝난 마지막 메시지까지 어머니는 시종 국민을 향해 사과만 했다. 10여건 메시지에 꼬박꼬박 ‘죄송합니다’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아들 걱정에 타들어간 마음, 온갖 불안까지 더해졌을 그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터키에서 사라진 김군의 행적은 그동안 오리무중이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잠잠하거나 아예 정지됐다. 그 47일간 누구보다 마음을 졸였을 사람은 김군의 부모다. 아무리 제 발로 갔다 해도 김군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정부는 국민의 안위를 돌볼 책임이 있다. 김군의 생사에 대한 소식은 가장 먼저 김군 부모에게 전해졌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국회의원들에게 말했고, 의원들은 언론에 말했고, 그 언론을 통해 김군 부모는 아들 소식을 들었다.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밤새 뉴스를 지켜봤을 것이다.
IS에 인질로 잡혔던 일본인 고토 겐지(47)의 어머니는 지난달 IS가 예고한 처형 시한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들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이틀 뒤에는 고토와 함께 인질로 잡혔었던 유카와 하루나(42)의 아버지가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김군 어머니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아들 걱정에 앞서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부모에게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가. 샤를 드 몽테스키외는 저서 ‘법의 정신’에서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세워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스로 테러단체를 향한 김군을 정부가 위험까지 무릅쓰고 구조하길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견딜 때까지 견디며 기다릴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어머니가 아들 소식을 건너 듣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군 어머니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먼저’ 전해지길 바란다. 정부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전수민 사회부 기자 suminism@
kmib.co.kr
[현장기자-전수민] 국민의 국정원? 국회의 국정원?
입력 2015-02-26 03:43 수정 2015-02-26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