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대륙男 괜찮아” 홍콩女 달라졌다… 커플 10년 전 3배

입력 2015-02-26 02:10

콧대 높은 홍콩 여성들이 중국으로 시집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 홍콩과 중국의 경제적 격차가 컸던 시절 가난하고 나이 많은 홍콩 남성들이 중국으로 어린 신부를 찾아 나섰던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2013년 중국 남성과 결혼한 홍콩 여성은 7500명 정도. 10년 전인 2003년에 비해 3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제결혼이 차지하는 비중도 10년 전 32%에서 2013년 38%로 6% 포인트 늘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25일 전했다.

홍콩 여성이 홍콩 밖에서 신랑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홍콩의 심각한 여초(女超) 현상 때문이다. 현재 홍콩 여성 1000명당 남성은 876명밖에 안 된다. 2041년에는 여성 1000명당 남성 712명으로 여초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대 폴 입 교수는 “남성의 공급 부족”이라며 “더군다나 어린 여성을 배우자로 선호하는 남성들이 많아 점점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까다로운 홍콩 여성들의 입맛에 맞는 훌륭한 중국 신랑감이 많이 생긴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지난 한 해 해외유학 후 중국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은 이른바 ‘하이구이(海歸)’들은 40만명 이상이다. 이들은 영어도 능숙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 수준도 높다. 이래저래 홍콩 직장 여성들과 코드가 잘 맞는다.

중국 남성과 홍콩 여성의 결합이 정치·사회적 부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홍콩과 중국의 갈등을 해소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 입 교수는 “양측의 ‘연락관’이 많이 생길수록 갈등 해소와 상호 이해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남성과 홍콩 여성 커플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홍콩에서 결혼정보업체를 운영 중인 메이링 류는 “지리적으로 가깝다고는 하지만 중국인과 홍콩인의 가치관과 문화적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면서 “사업을 할 때는 모르겠지만 함께 산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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