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호흡하는 마포 성광교회 방원철 목사 “교회는 건물 아닌 사람… 지역민 섬기고 봉사합니다”

입력 2015-02-26 02:05
방원철 성광교회 담임목사가 25일 서울 마포구 교회 카페 앞에서 교회가 지역 주민들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교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보인 건 본당이 아니라 카페였다. 성인이 두 손으로 감쌀 만한 큼지막한 노란 돌을 성기게 얹어 만든 외벽에 붉은 삼각 지붕을 얹은 카페는 외관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예쁜 외관 덕인지 카페는 평일인 25일 오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이 꽤 많죠. 지금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이 교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에요. 교회 울타리 안에 있는데도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카페를 찾고 계세요. 주 고객이 교인이 아니라 교회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신석초등학교 학부모들일 정도예요.”

서울 마포구 독막로 성광교회 방원철(57) 담임목사의 카페 자랑이 한동안 이어졌다. 카페 관련 이야기 중 귀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재정보고 부분이다. 성광교회는 카페를 만든 2010년부터 현재까지 카페 재정을 고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2010년 성광교회는 재정보고를 시작했다. 수입 지출 등을 항목별로 상세히 알리고 고객들에게 이익금의 사용처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주 고객인 신석초 학부모들은 학교 도서지원금과 학생 장학금을 꼽았다. 성광교회는 그해 수익금 349만5000원을 학부모가 원하는 용도로 지원했다. 2011년(660만원)에는 불우이웃 돕기와 지역 노인정 섬김에 썼고, 지난해(922만8740원)는 수익금 일부를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소아암 가족 후원금으로, 나머지는 신석초 불우아동 현장학습비 지원과 도서관 운영 지원금으로 사용했다.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될 카페 재정현황을 고객에게 보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 목사는 ‘하나님의 교회 곧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성도라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라는 고린도전서 1장 2절 말씀을 들어 설명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특정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죠. 결국 사람을 위한 목회를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성육신’적 접근이라고 봤어요. 예수님이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던 것처럼 교회가 먼저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난해 12월에는 지역 주민과 신석초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교회에서 음악회도 열었다. 학부모로서 가장 접하기 어려운 문화콘텐츠가 음악회였기 때문이다. 성광교회는 사회복지 선교전략 연구기관인 교회와사회복지연구소와 함께 지난해 12월 25일 성탄절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아예 ‘신수동 토요음악회’로 바꿔 매달 연다.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성광교회와 함께 음악회를 기획한 배경임 교회와사회복지연구소 사무총장은 “전단 광고를 만들었는데 교회를 나오지 않는 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전단을 돌리며 홍보했다”며 “주민들이 원한 음악회라 그런지 반응이 아주 폭발적이었다”고 전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생긴 의문점은 ‘전도’였다. 지역 주민과 소통을 말하면서도 전도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탓이다. 방 목사는 “카페와 음악회에서는 교회를 일절 얘기하지 않는다”며 “전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주민들을 섬기기 위해 하는 봉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전도도 당연히 해야죠. 하지만 봉사와 문화공연에서 할 일은 아닙니다. 교회에 ‘여리고전도대’ ‘714중보기도팀’ 등 전도를 위한 조직은 따로 있습니다. 이 팀들이 마포 전체 지역의 주민들을 전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다만 문화공연과 봉사에서는 ‘교회가 전도하려고 이런 일을 한다’는 인식을 주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꾸준히 봉사하고 문화로 나눌 뿐이죠. 그것이 오히려 교회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줄이는 일이라고 보거든요.”

방 목사는 이 얘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2년 뒤 성광교회가 성도와 목회자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분립개척’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꺼냈다. 성도 수가 800명밖에 되지 않는 교회이지만 방 목사는 분립에 망설임이 없었다.

“하나님은 이 땅을 ‘하나님의 땅’으로 바꾸길 원하세요. 성광교회의 사역도 신수동을 하나님의 땅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성광교회의 사역이 자리 잡으면 이후에는 다른 곳으로 뻗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새 땅을 하나님의 땅으로 만들 수 있거든요. 그렇게 ‘흩어지기 위해 모이는 교회’가 되는 것이 저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