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가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국형 프라이카우프(Freikauf) 문제에 대해 정부도 심도 있게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프라이카우프는 ‘자유를 산다’라는 의미로, 과거 서독이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고 동독 내 정치범을 송환받은 방식을 말한다. 동서독은 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고 교회, 변호사 등 민간을 앞세워 비밀리에 이 사업을 진행시켰다. 언론도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적극 협조했다. 1963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3만3755명이 송환됐고 서독은 34억6400만 마르크(약 1조8000억원) 상당의 현물을 동독에 제공했다.
프라이카우프 방식이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이명박정부 때 현인택·류우익 통일부 장관, 박근혜정부의 류길재 장관이 공개적으로 검토를 언급했었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여야 의원들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반응했었다. 이 방식은 남북의 정치·군사적 대립과는 별도로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추진해볼 수 있는 정책이다. 실제로 실행된다면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문제,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다른 인도적 지원 현안에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 핵과 미사일 문제 등과 관련한 첨예한 남북대립으로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직 현실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국내 극보수층이 반대할 가능성도 많다.
하지만 넓게 보면 정치·군사 문제와는 별도로 인도적 대북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일종의 한국형 프라이카우프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방식을 원용한 민간의 대북지원 및 교류가 남북관계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냉기가 감돌고 있다 하더라도 남북관계는 좀더 긴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부는 남북관계에 관한 한 이념적 양극단의 갈등적이고 소모적인 주장을 무시하고 소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설] 한국형 ‘프라이카우프’ 적극 검토를
입력 2015-02-26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