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역별 비례대표·석패율制 도입해볼 만하다

입력 2015-02-26 02:50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방안이 그대로 실시될 경우 우리 선거문화에 혁명에 버금가는 변화가 예상된다. 선관위 개정 방안에 포함된 권역별 비례대표 및 석패율 제도 때문이다. 독일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와 석패율 제도는 박정희정권 이후 우리 정치의 고질이 돼 버린 지역감정의 두꺼운 벽을 어느 정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오래전부터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었으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현역 의원들의 소극적 자세로 논의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3대1 위헌결정 이후 선거구 재획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거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선관위가 의견을 제시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중간자적 입장에서 이런 선거 제도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선관위안(案)이 야당의 기존 주장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선관위안 발표 이후 나온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브리핑에서도 여야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새정치연합은 적극 환영한 반면 새누리당은 신중하게 반응했다. ‘야당에 유리한 제도’라는 피해의식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염려가 기우(杞憂)는 아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획득한 권역별 정당 지지율을 적용할 경우 새누리당은 광주·전북·전남·제주 권역에서 1석의 비례대표를 얻는 데 비해 새정치연합은 부산·울산·경남에서 4석을 얻는다. 바로 이런 이해득실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와 석패율 제도가 지역주의를 완화시키고, 사표(死票)를 줄여 지역주민의 의사를 보다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도입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도지는 지역주의를 현행 제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지역주의는 없어져야 하고, 언젠가는 없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지역정치를 통해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점할 경우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숱하게 목격했다. 지역주의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하는 게 최선이나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사회적 부담이 너무 크다. 제도 개선 등 인위적 수단을 서둘러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특정 지역에서의 특정 정당 독점은 갈수록 분화되는 사회에서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국정이나 도정에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뤄야 나라든 지역사회든 건강해진다.

바른 정치는 대의를 위해 소리(小利)에 연연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내, 특히 영남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에 굴복해 제도 개선에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영남은 지킬지 모르나 다른 지역에서 잃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들 제도가 지역주의를 없애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처방을 미룰 경우 병은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