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젊은 남자가 경찰관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죽여 달라며 횡설수설했다. 경기도에 사는 홍모(19)군이었다. 경찰관은 다른 신고 사건을 처리하던 중이었다. 홍군은 영락없는 취객처럼 행동했지만 얼굴이 붉거나 술 냄새를 풍기지는 않았다. 그는 “죽여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다른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 경찰관은 홍군을 붙잡아 서울 용산경찰서 마약수사팀에 넘겼다. 소변과 머리카락을 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맡긴 결과 소변에서 환각제인 향정신성의약품 ‘LSD’가 검출됐다.
홍군은 고등학교 동창 전모(20)씨의 이촌동 집에서 함께 환각제를 복용했다고 자백했다. LSD는 종이에 묻어 있는 환각제 성분을 혀 아래에 붙였다 떼는 방식으로 흡수한다. 홍군은 첫 복용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고교를 졸업하고 외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미국 동부에서 대학을 다니는 전씨는 잠시 귀국하면서 LSD를 반입했다고 한다. 그는 홍군이 경찰에 잡힌 직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용산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홍군을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같은 혐의로 전씨를 지명수배하고 출입국관리소에 통보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단독] 환각상태 제 발로 경찰 찾아간 10代 마약범… 다짜고짜 “죽여 달라” 횡설수설
입력 2015-02-26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