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변호사 수임제한 해제 광고

입력 2015-02-26 02:10

개업인사 광고는 신문 광고 중에 상당히 비싼 편이다. 주로 1면에 명함 크기 정도로 실리는 이 광고는 비슷한 크기의 다른 것에 비해 광고비가 몇 배다. 주 고객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돈을 많이 들여서라도 신문의 가장 중요한 면에 학력과 경력을 소개하며 개업사실을 전하고 있다.

최근 한 신문의 변호사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통상적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연다는 것이 아니라 ‘수임제한 해제’라는 낯선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를 끝으로 지난해 명예퇴직하여 오는 ○월 ○일부로 전임지에 대한 수임제한이 해제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이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단지 수임제한이 풀린다는 사실만 광고하는 것이다.

변호사 수임제한은 2011년 5월 법률이 개정되면서 판·검사를 지낸 변호사는 퇴임 직전 근무했던 곳의 사건을 퇴임 직후 1년 동안 수임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이른바 ‘전관예우금지법’에 따른 것이다. 수임제한이 해제되는 사실을 고지한다는 것은 ‘전관의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 사건을 많이 의뢰해 달라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동안 주로 법률 전문 신문이나 법조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수임제한 해제 광고를 했던 변호사들이 이젠 종합일간지로까지 눈을 돌렸다. 그만큼 밥그릇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일본에서 유래된 전관예우는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대쯤 조선총독부 관료들을 중심으로 처음 쓰였다. 이후 ‘퇴직한 판·검사가 수임한 사건을 후배인 현직 판·검사가 봐주는 것’이란 취지로 변질됐다. 전관예우는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이 지난 23일 취임식에서 사법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지적할 만큼 법조계의 대표적인 비리다. 법조윤리협의회는 지난해 사상 처음 전관예우금지법을 위반한 변호사 11명을 적발했다. 변호사 위상이 과거 같지 않다지만 스스로 전관예우를 알려야 될 정도에 이르렀다니 씁쓸하기만 하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