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애플 전기차 본격 시동… 車업계 “나 떨고있니”

입력 2015-02-26 02:58

애플이 전기차 생산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기차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IT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미래 자동차 산업 전체의 패권을 두고 자동차 업계와 IT 업계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애플이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코드명으로 2020년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다른 전기차 관련 업체와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파격적인 대우로 테슬라의 기술자들을 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머스크 CEO는 “애플이 연봉 60% 인상과 25만 달러의 보너스를 제안하며 인력을 빼가고 있다”고 폭로했다. CEO까지 나서서 애플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다분히 애플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직장 평가사이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테슬라 기술자의 평균 연봉은 9만5000∼12만1000달러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A123시스템스도 핵심 엔지니어 5명을 애플이 빼갔다면서 불공정 경쟁 위반으로 고소했다. 애플은 지난 18개월간 자동차 관련 특허를 290개나 출원했다. 하지만 애플은 전기차 생산과 관련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애플의 가세로 전기차 선두 기업인 테슬라, 무인 운전 자동차를 준비 중인 구글과 함께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디트로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전통 자동차 업체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자동차와 IT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애플과 구글은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동시킬 수 있는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에 적용한다. 페라리와 현대자동차가 카플레이를 적용한 차를 먼저 내놓을 전망이며 구글은 아우디 벤틀리 등 28개 제조사와 협력을 약속했다.

여기에 IT 업체들이 무인 운전 시스템을 갖추고, 전기차 생산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기존 자동차 업체보다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애플은 전 세계 어느 기업보다 투자할 여력이 크다. 애플의 현금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1780억 달러(약 196조원)에 달한다. BMW 폭스바겐 등 굴지의 자동차 업체보다 몇 배나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애플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업체들이 스마트폰 이후에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동차를 주목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찻잔 속의 태풍’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 한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한 호주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메스세데스벤츠가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해서 애플이 밤에 잠을 못 이루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애플이 전기차를 만든다고 해서) 내가 잠을 못 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