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 작가 살만 루슈디(68)가 1988년 출간한 ‘악마의 시’는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슬람교의 탄생 과정을 도발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이 책을 ‘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해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을 발표했다. 루슈디는 기약 없는 도피생활에 들어가야 했다. 조지프 앤턴은 그가 도피생활을 하면서 경찰의 권고로 지은 가명이다.
루슈디는 무장경찰에 에워싸여 살던 시절을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 시절을 언젠가 자기 입으로 이야기하겠다고 벼르다 마침내 2012년 회고록을 발표했다. 20세기 문학사상 가장 위험한 책으로 분류되는 ‘악마의 시’의 집필 계기와 작품을 둘러싼 논란, 표현의 자유를 위한 13년간의 투쟁 등을 기록했다. 저자 특유의 입담과 유머러스한 글 덕분에 한 편의 소설 같은 자서전이 됐다.
“호메이니가 방금 선생님께 사형선고를 내렸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기쁘진 않소. 그러나 속마음은 이랬다. 이젠 죽었구나” “책을 쓰는 일은 파우스트의 계약과는 정반대다. 불멸을 얻으려면, 하다못해 유산이라도 남기려면, 일상생활은 아예 포기하거나 지리멸렬을 각오해야 한다” “성직자나 ‘분개한 공동체’가 책을 심사하거나 검열하는 일은 없어야한다” 등 솔직한 얘기가 재미있다. 김진준·김한영 옮김.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악마의 시’ 그 후… 가명 뒤에 숨어산 13년
입력 2015-02-27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