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죽음을 경험 한다. 그 대상이 가족처럼 키우던 강아지일 수 있고, 잘잘못 가릴 것 없이 무조건 손주 편을 들어주던 할머니, 할아버지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상실감과 충격에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에두른 표현은 충분한 답이 될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은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의 형식을 빌려 꼬마 주인공이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렇게 짧은 그림책에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까지 담았다는 게 놀랍다. 그것도 시적이고 감동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네게 사탕과자를 주는 사람이 더 이상은 내가 아닐 거야. 하지만 난 네 기억 속에 다른 맛난 것들을 놓아두었단다.”
“난 바람 속에 이제 내 몸이 훨씬 가벼워졌단다. 떠나는 것, 돌아오는 것, 참 재미있단다.”
책장을 넘기면 여름 해변, 마당의 정원, 베란다 등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어린 일상의 공간이 펼쳐진다. 그림 마다 사랑을 듬뿍 담은 짧은 문장이 운율을 맞춘 듯 이어지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러면서도 죽음에 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걸 잊지 않는다. 이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는 점, 할아버지가 떠났어도 아이의 일상은 이어진다는 점 등이다. 죽음의 냉혹함을 알면서도 아이가 슬픔을 삭이고 밝게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건 할아버지는 부재해도 부재하지 않는단 걸 알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마지막 문장을 통해 이렇게 설명한다. “할아버지는 바람 속에 있단다.”
부드럽고 따뜻한 일러스트와 시적인 글이 탁월한 조합을 이루고 있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가의 그림책.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어린이 책-할아버지는 바람 속에 있단다] 손주에게 보내는 따뜻한 작별 인사
입력 2015-02-27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