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려는 열망으로 시작했다. 그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머리말 중)
1968년 2월 12일. 무대는 베트남의 작은 농촌 마을 퐁니, 퐁넛이다. 베트남전이 벌어지고 있던 그 곳에서 한국군은 무고한 어린아이와 여자 등 74명의 마을 주민을 무참히 학살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 4명도 끼어있었다. 슬프게도 이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집필을 위해 수차례 그 땅을 밟았다. 현지에 살고 있는 유가족들을 만났고 국내에선 당시 참전 군인들을 찾아갔다. 책은 전쟁 후 피폐했던 우리나라가 201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로 이 날을 지목한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군이 벌인 만행은 모순적이게도 성장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책 속에 드러나는 팩트와 당사자들의 증언은 결국 ‘왜’에 맞닿는다. 동시에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직시하게 되면서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이 엄습한다.
경력 20년이 넘은 현직기자인 저자가 취재와 조사, 다방면으로 이뤄진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장을 재구성했다. 반세기 전에 벌어진 단 하루의 일을 묘사하기 위해 저자는 총 370여 페이지를 할애한다. 한 편의 영화처럼 같은 시간, 베트남과 한국, 미국 등 다른 지역을 감각적으로 조명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한국군은 왜 베트남 민간인을 집단 학살했나
입력 2015-02-27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