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43세 복서 링 복귀 이유는… 최용수 전 세계챔피언 “침체된 복싱계 활력소 되고 싶다”

입력 2015-02-26 02:27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최용수(43·사진)는 설을 앞두고 스승 김춘석(66)씨를 찾았다. 안부를 물은 뒤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저 재기하겠습니다.” 김씨는 기가 막혀 “정신 차려라”고 했다. 김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제자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최용수가 지난 23일 한국권투위원회(KBC)에 연락해 이번 주 안으로 선수 등록을 하겠다고 전했다. 그가 링으로 돌아오면 2003년 1월 세계복싱평의회(WBC) 타이틀전에서 시리몽콜 싱마나삭(태국)에게 판정패한지 12년 만이다. 격투기를 포함하면 2006년 12월 K-1에서 마사토(일본)에게 기권패한 후 약 8년 만이다.

최용수는 199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복서다. 통산 전적 34전29승(19KO)4패1무. 18세 복싱을 시작했지만 곧 두각을 나타내며 3년 뒤인 93년 한국챔피언에 올랐다. 이어 3개월 만에 동양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95년 10월 아르헨티나에서 우고 파스를 10회 KO로 꺾고 세계권투협회(WBA) 슈퍼페더급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연승 행진을 달리던 최용수는 98년 8차 방어전에서 일본의 미타니 야마토에게 판정패하며 타이틀을 내줬다.

최용수는 8월 복귀전을 치를 계획이다. 상대는 일본인 베테랑이나, 자기보다 20세가량 어린 한국 챔피언이 될 전망이다.

불혹을 훌쩍 넘긴 최용수가 링에 다시 오르려는 이유는 뭘까. 그는 “중년은 직장에서, 가정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그들에게 아직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복서가 아닌 K-1 선수로 링을 떠난 게 아쉬웠다. 복서로 은퇴하고 싶고 침체된 한국 복싱계에 활력소 역할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프로복싱은 WBA와 WBC 양대 기구를 기준으로 지인진이 2007년 7월 WBC 페더급 타이틀을 반납한 이후 8년간 챔피언이 없는 상태다.

트레이너 겸 매니저로 최용수를 키운 김씨는 “이 현실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복귀하겠다고 나섰겠느냐”며 “재기가 쉽지 않겠지만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