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박종수] 동시조합장선거를 보는 올바른 자세

입력 2015-02-26 02:30

3월 11일은 우리나라 협동조합 역사상 최초로 전국의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의 조합장을 동시에 뽑는 선거일이다. 처음 실시되는 전국의 동시 조합장 선거인 만큼 많은 관심과 격려, 그리고 우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혹자는 동시 조합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극소수의 출마 예정자들이 자행하고 있는 불법행위를 두고 예비후보 제도가 없기 때문에 발생되는 예견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그런 것일까. 예비후보 제도가 있는 일반 공직 선거에서는 불법행위가 없었단 말인가.

조합장 선거는 예비후보 제도를 두고 있는 일반 공직 선거와는 크게 다르다. 협동조합은 인적 조직의 운동체이면서 경제조직이다. 그래서 협동조합의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자는 해당 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일정 출자수를 상당 기간 보유해야 하고, 일정한 사업이용 실적이 있어야 하는 등 특별한 자격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구태여 예비후보 제도가 없어도 조합장으로서 덕목을 갖춘 지도자는 이미 모범적인 영농활동과 조합 사업의 적극적인 이용과 참여, 소통과 솔선수범 등 다양한 경로와 방법을 통해 조합 사업을 열심히 이용하고 참여하는 조합원에게는 폭넓게 잘 알려져 있기 마련이다.

조합원이 소유하고 조합원에 의해 관리·운영되는 자율과 독립의 원칙이 조직의 근간인 협동조합의 조합장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실시한 것도 사실상 부끄러운 일인데 일반 공직 선거에서 적용하고 있는 예비후보 제도나 합동연설회 같은 다양한 선거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는 등 협동조합의 조합장 선거를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합장을 모든 조합원이 직선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는가.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조합장을 직선하는 협동조합이 없다.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협동조합의 조합장 선거는 그 절차나 방법, 기간 등을 오히려 간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에는 조합과 조합원에 대해 나몰라하다가 선거 때만 나타나 실현 가능성도 없는 화려한 공약만 내세우는 후보보다 평소 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스스로 조합 사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협동조합운동을 성실히 솔선해온 지도자가 조합장으로 뽑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동시 조합장 선거 제도의 문제를 가지고 설왕설래해서는 안 된다. 동시 조합장 선거와 관련, 작금에 나타나고 있는 일부 불법행위들은 선거 제도가 불합리해서 비롯된 문제라기보다 협동조합의 본질을 망각하고 짧은 시간에 자기를 알려서 조합장에 당선되겠다는 소수의 파렴치한 인사들 개인의 소행과 의식, 그리고 거기에 편승해 잇속을 챙기려는 잘못된 선거문화의 소산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장 선거는 공명정대하게 치러져야 한다. 조합의 경영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금품·향응 제공 등 불법으로 이루어질 경우 그 피해는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당선된 조합장은 이권에 눈먼 나머지 정상적인 조합 경영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명선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합의 주인이면서 유권자인 조합원의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 불법행위는 조합원 스스로가 외면해야 한다.

아무쪼록 동시 조합장 선거가 깨끗하게 실시돼 우리나라 협동조합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울러 협동조합의 조합원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 모두가 공정한 선거의식을 가지고 선거가 준비되고 실시되기를 기대한다.

박종수 충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