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복지위,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의결… 정부-지자체, 또 예산 갈등 예고

입력 2015-02-25 03:11
국회와 정부가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설치비용의 절반 이상을 지방자치단체와 각 어린이집에 떠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상당수 지자체는 누리과정 예산 부족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어 아동학대 예방 대책마저 예산 갈등에 휘말릴 상황이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4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에는 ‘CCTV 설치 주체는 어린이집으로 하고, 정부는 설치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건복지부는 CCTV 설치비용 가운데 40%만 부담하겠다는 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나머지 40%와 20%는 지자체와 각 어린이집의 몫으로 돌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 부담을 약 48%까지 올리는 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주체의 부담률은 시행령에 규정되므로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복지부가 주도적으로 정하게 된다.

지자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보육업무 담당자는 “우리는 올해 어린이집 예산이 2개월분만 편성돼 당장 다음 달부터 보육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최소 70%는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는 재원 문제는 뒤로 미루고 법부터 통과시키겠다는 태도다. 복지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재원 문제는 여야가 고위급 대화를 통해 정치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복지위는 ‘어린이집에 보조교사와 대체교사를 두어야 한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역시 예산은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보조교사 예산은 올 하반기에만 588억원이 필요하지만 복지부는 기획재정부에서 한푼도 얻어내지 못했다. 대체교사 예산도 218억원이 더 필요하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어린이집 교사의 환경과 처우 개선은 법에만 적혀 있고 현실에서는 허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담뱃갑 앞뒤 면적의 50% 이상에 흡연 경고그림과 경고문을 넣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도 이날 소위를 통과했다. 25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