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 연세대서 강연 “서울서 한식당 하면 되겠나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입력 2015-02-25 02:21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가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한식당이 많은 서울에서 한식당을 차린다면 이윤을 내긴 힘들고 곧 파산할 것이다. 제로 투 원(Zero to One).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세계 최대 전자결제 시스템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48)이 24일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더 나은 미래, Zero to One이 돼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틸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98년 페이팔을 공동 창업하면서 온라인 상거래 시대의 문을 연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사람들이 이미 아는 일을 해봤자 1에서 ‘n’(여러 사람 중 하나)이 될 뿐이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0에서 1이 된다”고 강조했다.

틸은 독점을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악’이 아닌 ‘기업이 이윤과 혁신을 낳는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나 경제학 교과서는 자유시장과 완전경쟁을 가장 이상적인 자본주의라고 본다. 반면 틸은 ‘자본주의는 곧 경쟁’이라는 통념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경쟁이 있어야 시장이 건강한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독점 상태가 곧 성공적 기업이 이뤄낼 수 있는 정상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독점기업으로는 구글을 꼽았다. 그는 “구글은 스스로 독점기업이라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사방에 경쟁자로 둘러싸여 있다고 얘기하지만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은 독보적”이라며 “가장 훌륭한 기업은 모방하지 않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틸은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800여명의 청년들에게 남들이 걷지 않은 독자적인 길을 걸으라고 조언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찾아와 그의 강연을 들었다. 안 의원은 강연 전 틸과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안 의원은 강연을 듣고 나가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틸의 견해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은 자생적으로 좋은 토양에서 되는 것이지 정부나 대기업 주도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혁신센터를) 정부 주도로 17곳에 분산해 만들 계획인데 우리 경제 규모와 국토 면적으로 볼 때 분산은 오히려 역량이 흩어지는 것 아니냐. 이에 대한 전문가 틸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고 덧붙였다.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