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朴 대통령, 18개월 만에 대기업 총수 오찬… 3세 경영인들 ‘청와대 데뷔’

입력 2015-02-25 03:07 수정 2015-02-25 17:48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오찬에서 참석자들에게 손을 내밀면서 자리를 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박 대통령,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현 한국메세나협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전 한국메세나협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이동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재벌그룹 오너와 유수 기업 대표 21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거물급 재벌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사장 등 ‘3세 재벌 기업인'이었다. 이들이 한꺼번에 청와대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와 총수급 인사들을 청와대로 대거 초청한 것은 2013년 8월 국내 10대 그룹 회장단 초청 간담회 이후 18개월 만이다. 오찬 참석자는 메세나(기업이 문화·예술 활동에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활동)를 통해 문화융성을 구현하는 기업인과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으로 지역에 맞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기업인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가능하게 했던 메디치 가문을 예로 들면서 “기업인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메디치 가문이 돼주시고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정부의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 육성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이번 오찬의 성격에는 대기업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관심을 가져 달라는 뜻도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대표 기업으로 경영권 승계가 현실화되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 등 3세 재벌 기업인들이 한꺼번에 청와대에 초청 받아 대통령과 나란히 등장한 것을 놓고 재계에서는 여러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3세 경영을 ‘인증’하는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요 기업의 투자 확대 등을 겨냥해 이들의 ‘화려한 데뷔’ 무대를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준 측면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해당 그룹에서는 이들이 메세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어 초청 명단에 오른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재벌 3세가 그룹을 대표해 청와대 행사에 참석한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경영인들이 박 대통령의 경제 활성화 행보에 힘을 보태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찬은 박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 활성화를 2015년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직후 열려 재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