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지역의 교회들이 성남시와 함께 ‘부채탕감운동’에 나선다. 저소득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1년여 전 국내에 도입된 이 운동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교회가 함께 펼치기로 한 건 처음이다.
성남시기독교연합회(성기련) 회장인 이정원(성남제일감리교회) 목사는 24일 “올해 부활절(4월 5일)과 성남시 기독인의 날(10월 중) 등 두 차례 회원 교회들로부터 모은 헌금을 성남시와 함께 부채탕감운동 단체인 희망살림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부채로 고통 받는 저소득 신용불량자들과 이웃들에게 안식의 해를 뜻하는 성경 속 희년(禧年·주빌리)’의 희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롤링 주빌리’로도 불리는 부채탕감운동은 2012년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미국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당시 시민들의 성금으로 매입한 155억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불태운 부채타파운동에서 시작됐다.
국내에 도입된 건 지난해 4월 초. 시민운동단체인 희망살림 등이 장기 채무자들의 채권 164건을 사들여 소각하는 한국판 ‘롤링 주빌리’를 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어 7월에 기독시민운동단체인 ‘희년함께’ 등이 이 운동에 뛰어들면서 교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성남지역 교회들의 동참은 지난해 말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역교회 목회자들을 만나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성남시는 지난해 9월부터 악성채무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기업 등과 함께 ‘빚 탕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성기련 사회복지분과 위원장인 박은조(은혜샘물교회) 목사는 “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지역 교회 목회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지역 교회 모두가 참여하도록 하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면서 “조만간 이 운동을 소개하고 동참을 요청하는 안내서를 회원 교회마다 전달해 동참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촌교회와 분당우리교회, 선한목자교회, 만나교회, 우리들교회, 할렐루야교회 등 성남에 있는 주요 교회들과 1300곳에 달하는 성기련 회원 교회 규모를 감안하면 부채탕감운동 동참 규모는 국내 도입 이래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채탕감운동의 진행방식은 간단하다. 교회와 성도들로부터 모금된 돈으로 장기 연체 채무자들의 부실 채권을 신용정보기관이나 추심업체로부터 사들여 없애주는 것. 이어 채권이 소멸된 장기 채무자들에게 부채탕감을 알리는 통지문을 발송한다.
채권 구입비용이 큰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10년 이상 장기 연체된 부실채권의 거래 가격은 원금의 1∼3%까지 떨어진다. 예를 들어 100만원짜리 채권은 채권추심업체에 1만∼3만원에 넘어가는데, 이런 부실 채권들을 구입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채탕감운동은 민간 차원에서 절박한 처지의 채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방안”이라고 평가한다. 한국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상환능력이 없는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114만명에 달한다. 이 중 장기 연체자는 약 31만명이며, 고령층(남성 60대·여성 50대 이상)은 67만여명이다.
희년함께는 다음 달부터 학자금 대출 장기 연체자들의 빚 탕감을 지원하는 가칭 ‘청년 부채탕감 프로젝트’를 가동할 예정이어서 한국교회의 ‘맞춤형 돌봄 사역’은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빚 고통’ 눈물 닦아 줍니다… 성남지역 교회들 ‘부채탕감운동’ 팔 걷어
입력 2015-02-25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