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창수 駐 광저우 총영사 “마약 운반 한국인 14명 무혐의 처분 받도록 노력”

입력 2015-02-25 02:00

양창수(사진) 주광저우 총영사는 지난해 12월 28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국 교민 14명이 광저우 바이윈 공항에서 호주로 출국하려다 마약 밀수(반출) 혐의로 체포됐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2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인 마약 사범 4명이 사형됐는데 14명이 한꺼번에 마약으로 또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하니 정말 아찔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양 총영사는 마약에 대한 중국 내 인식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서둘러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일단 평소 쌓아두었던 관시(關係·인맥)를 총동원해 해를 넘기기 전인 12월 31일까지 구속된 14명 전원과 면담할 수 있었다. 발 빠르게 자초지종을 파악한 그는 이후 중국 당국에 끈질기게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덕분에 이달 초까지 구속자 모두 보석으로 풀려나게 됐다. 이들 14명은 호주로 친선 경기를 하러 가던 야구 동호회 회원들로 마약이 담긴 줄도 모르고 누군가의 짐을 옮기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총영사는 “아직 완전히 사법 절차가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지만 보석으로 풀려난 것은 다행”이라며 “재판까지 가지 않고 전원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 총영사가 광저우에 부임한 이후 지난 3년은 이런 긴박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광저우 한국학교의 탄생이다. 양 총영사는 1998년 중국 첫 한국학교인 베이징한국국제학교 설립의 실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부임 직후인 2012년 4월 광저우 한국학교 설립추진 명예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했다. 노하우를 살려 ‘시행착오’를 줄인 덕에 설립·운영 승인을 받기까지의 기간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단축됐다.

지난해 폐쇄 위기에 처했던 광저우 한인교회가 종교 활동 장소로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큰 보람이다. 신자가 1000명이 넘는 광저우 한인교회는 지난해 11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미승인 종교시설’이라는 이유로 폐쇄 명령을 받았다. 이후 광저우 총영사관과 교민들이 합심해 당국을 설득했고 마침내 정식 인가를 받고 지난 15일부터 다시 예배를 시작했다.

양 총영사는 “가장 큰 교회가 정식 인가를 받으면서 다른 작은 교회들도 자연스럽게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과 광저우 등 9년 동안 중국에서 근무한 양 총영사는 “중국과 한국은 깊은 인연을 가진 나라”라면서 “앞으로 소중한 인연을 가꾸며 ‘높이 떠서 멀리 보는’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