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이 3년 전부터 다시 창궐해 한반도에서 소나무를 급속하게 몰아내고 있다. 이런 파죽지세를 꺾지 못할 경우 한국 소나무가 3년 안에 멸종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국민일보가 전문가와 함께 피해 현장을 점검한 결과 산림 당국의 방제작업은 부실하고 매뉴얼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과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파쇄·소각하는 게 원칙이고, 훈증은 깊은 산속 등 수거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하도록 돼 있으나 포항과 경주의 주요 도로변에 훈증 처리된 ‘소나무묘’가 즐비하다고 한다.
재선충은 경남·북을 초토화시킨 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소나무재선충은 2005년 특별법 제정과 대대적 방제작업 덕분에 피해목이 2010년 13만 그루까지 줄었다. ‘방제 성공’이라는 자축 분위기에 취한 정부는 2012년 피해목이 49만 그루로 다시 늘었는데도 줄여버린 예산을 늘리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에만 218만 그루의 소나무가 고사했다. 재선충 재창궐은 산림 당국이 방심한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상반기 62곳이던 피해지역이 2월 현재 72개 시·군·구로 늘어나고, 방제 후 재발 지역도 전체의 50%에 이르고 있다. 산림청은 재선충병 재발률을 올해 30%로 낮추고 2017년엔 완전 방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양치기 소년’을 방불케 하는 산림청을 믿고 있을 수는 없다. 현행 방제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는 게 우선이다. 범정부적으로 피해 실상을 정확히 조사하고, 부처 간 협업을 전제로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대응에 들어가야 한다. 지속적 예산 지원과 방제 전담 인력 확충, 피해 고사목 불법 이동 단속, 주요 지역에 대한 공동 예찰방제 및 대국민 홍보 등에 나설 때다.
소나무는 수천 년 동안 우리나라 임산자원의 주인공, 자연환경의 근간이자 민족정서의 버팀목이었다. 현재까지 소나무재선충병의 완전 방제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대만, 일본과 같이 소나무 숲이 대부분 소멸되는 사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성공한다면 한국은 산림정책과 산림자원의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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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5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