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모집인의 농락… 교사 임용고시 응시생 상대 복지카드 강권

입력 2015-02-25 02:31 수정 2015-02-25 11:28
“교직원공제회에서 왔어요. 선생님이면 반드시 등록해야 해요!”

지난달 7일 초등교사 임용고시 2차 면접시험을 보기 위해 전남 목포의 한 초등학교로 들어서던 김모(27)씨를 한 40대 여성이 붙잡았다. 옆에는 응시생 5명이 줄을 서서 신분증과 수험표를 꺼내놓고 있었다. 일행으로 보이는 남성은 이를 사진으로 찍었다. “교직원공제회에서 나왔다”고 소개한 이 여성은 “교사가 되면 복지카드를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안하면 큰일 난다”며 채근했다. 불안해진 김씨도 그 줄에 합류했다.

이 여성의 정체는 3주가 지나서야 밝혀졌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임용고시에 최종 합격하자마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은 “복지카드 건으로 전화드렸다”며 신한복지카드를 권했다. 신한카드에서 고용한 카드 모집인이 당시 임용고사장에서 교원공제회 소속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화가 난 김씨가 카드를 취소해 달라고 하자 모집인은 현금 6만원과 가방을 주겠다며 끈질기게 회유했다. 10분 넘게 항의한 끝에 겨우 카드를 취소할 수 있었다. 김씨는 24일 “수험표 사진을 찍은 이유가 합격자 명단과 비교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영업하는 행태가 괘씸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모집인들이 신분을 속인 채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수험생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얻어간 뒤 시험에 합격하면 카드 판촉영업을 하는 것이다.

지난달 7일에 경북 경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2차 면접시험을 치른 양모(28·여)씨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시험장 정문에서 한 40대 남성이 “복지카드를 만들지 않으면 복지포인트가 지급되지 않는다”며 복지카드 신청을 권유했다. 어리둥절한 채 신청서를 쓴 양씨에게도 김씨와 같은 전화가 걸려왔다. 임용고시 최종합격 발표가 있은 직후였고, 상대방은 신한카드 모집인이었다. 양씨는 “카드 신청을 취소하려 하자 상대방이 ‘선생님이 약속을 안 지킨다’며 호통까지 치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공무원에게 제공되는 복지포인트를 쓰기 위해 반드시 복지카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건강관리, 자기계발 등에 지출한 경비는 영수증 등을 제출해 청구하면 정산이 가능하다.

카드 모집인이 거짓 신분을 내세운 것도 모자라 복지카드가 필수인 것처럼 속여 영업을 한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 모집인들이 정당한 영업행위를 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영업소마다 영업방식에 대한 교육을 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개선해 나가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전국신용카드설계사협회 측은 “당시 현장에 나갔던 모집인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교직원공제회 소속 직원을 사칭하지는 않았고 신한교직원복지카드라고 분명하게 말했다고 한다”고 알려왔다. 이어 “모집인과 협회에서 자정노력을 하고 있고, 불법영업을 감시하는 제도를 도입해서 건전한 시장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