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도 뚫린 특전사 장교… ‘뚫리는 방탄복’ 알고도 부하들 입혔다

입력 2015-02-25 02:34
북한군 소총 AK-74에 완전 관통돼 충격을 줬던 다기능 방탄복을 우리 군이 무용지물임을 알고도 입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전사령부 대원들은 애초 이 방탄복에 대해 “생존성이 저조하다” “모든 면에서 부적합하다”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당시 특전사 군수처장이 이런 보고를 묵살하고 시험평가를 조작해 불량 방탄복 2062벌(13억원 상당)이 보급됐다. 검찰은 부대원을 위험에 빠뜨린 특전사 군수처장 출신 육군 대령을 재판에 넘기고 방탄복 제조업체와의 금품 거래 여부를 수사 중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방탄복이 불량인 줄 알면서도 군 임무 수행에 적합한 것처럼 시험 결과보고서를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로 전모(49) 대령을 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전 대령은 2010년 5월 방탄복 성능이 특전사의 대테러·대침투 전술상황에 적합한지 시험하는 과정에서 예하부대 2곳의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707대대는 2010년 3월 “방탄 플레이트(방탄판) 등급이 낮아 생존율이 저조하다” “어깨보호대 걸림 현상으로 사격이 제한된다” “신속 해체 기능이 없어 긴급 상황 발생 시 생존성이 저조하다”며 전 대령에게 ‘부적합’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전 대령은 일부러 이 보고들을 누락했다. 대신 방탄복을 시험해보지도 않은 3여단 정찰대가 적합 의견을 낸 것처럼 보고서를 조작했다. 이때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박모(43) 중령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전 대령에게 건넸다.

이 보고서는 특전사령관의 결재를 얻었고 결국 S사가 사업을 따냈다. 특전사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세 차례 불량 방탄복을 납품받았다. 합수단은 S사를 압수수색해 해당 장교들과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 추가 수사 중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